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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라는 실험

Writer: 팀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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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연결보다 고립을 원하는 것을 같이 바라보고 논의한다는 게 이제는 낯설게 느껴집니다. 주변에 각기 다른 다섯이 모여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수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어떤 걸 구상하고, 만들어 갈 수 있을까요? 그래도 다섯은 안정된 숫자니까 무엇이든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팀펄은 생명과학을 전공한 기획자와 아트디렉터, 이들의 VR 수업을 담당했던 교사로 처음 시작하고, 비주얼 디렉터와 마케터를 영입해 5인 체제를 완성했습니다. 각각 다른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설계한 세파퓨처리즘(Sepafuturism)이라는 SF 세계관은 작품이자 관람자가 참여하는 프로젝트가 되기도 하죠. 공동의 관심사를 파고들어 하나의 세계로 만든 팀펄은 지속하는 마음을 중심에 두고 있어요. 그래서 다섯이 만들어 가는 세계는 점점 견고해지고 있죠. 다섯이 의견을 모아 구축한 세계처럼 이제는 관람자의 경험을 끌어들일 방법이 계속 발굴될 겁니다. 팀펄이 귀 기울이며 만든 세계와 그 안에서 진화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BE(ATTITUDE) 웹 아티클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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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arium: Afterimage of Marigold›, 2026, «우리의 여름에게», 경기도미술관, 2026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팀펄에서 기획자로 활동하는 정혜주입니다. 팀펄의 SF 세계관인 ‘세파퓨처리즘Sepafuturism’을 설계하고, 이를 바탕으로 작품과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학부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하고 서양화를 복수전공했습니다. 생명과학의 관점을 작업으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관객의 참여 방식에도 관심을 갖게 됐어요. 게임 요소를 접목해 관객이 작품에 몰입하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상호작용을 설계하고 싶었습니다.

학교에서 만난 성수진 아트디렉터님은 동양화를 전공하고, 작가로 활동하면서 VJing 같은 기술 매체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와 동시에 예술가가 자신의 작업으로 수익을 얻고,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하고 계셨어요. 서로의 작업과 고민을 나누며 각자의 관심사를 함께 실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교에서 VR 수업을 진행해 주시던 위성환 개발팀장님을 만나 자연스럽게 팀 활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성환님은 Unity를 개발하면서 다양한 기술과 환경을 연결하는 데 관심이 많으셨어요. 함께 다양한 융합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부터 자신이 개발한 콘텐츠를 관객이 직접 경험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보고, 생생한 반응과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좋아하셨습니다. 우리도 그 과정을 통해 디지털 기술이 오프라인 공간과 결합할 때 만들어 낼 수 있는 경험을 구체화해 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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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P: Nothing Empty›, 2025, 관객 참여형 미디어아트, «재미 짓기: Delight For You», 문화제조창 본관 4층, 청주, 2025

감사하게도 2022년 서울문화재단의 «언폴드엑스 기획자캠프»에 선정되어 첫 프로젝트 〈당신의 현재 위치 –The Door〉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김현태 비주얼 디렉터님과 김윤지 마케터님이 합류했습니다. 김현태 님은 같은 과 후배로, 성수진 님을 통해 저희 작업을 접하고 일부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면서 인연을 이어 왔습니다. 예술과 기술을 자유롭게 융합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팀의 방향성에 매력을 느꼈다고 하셨고, 그 후 정식으로 팀에 합류하게 됐어요.

김윤지 님은 2023년 세파리움 전시에서 학생 아르바이트로 함께하면서 처음 만났습니다. 그 당시 우리 작품에 관심을 갖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며 작업을 흥미롭게 봐주셨어요. 피어리Peary가 귀엽고 세파리움 작업이 멋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전시 현장에서 시작된 작품에 기울이는 관심과 애정이 함께 일하는 인연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신기합니다.

현재는 기획자인 저와 성수진 아트디렉터님, 위성환 개발팀장님, 김현태 비주얼디렉터님, 김윤지 마케터님, 이렇게 다섯 명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각자 다른 관심사에서 출발했지만, 예술과 기술을 통해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경험을 만들고, 그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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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inality of Separium›, 2025, 인터랙티브 설치, «미끄러지는 현실: 감각의 확장, 경계의 재구성», 수림큐브, 서울, 2025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요즘은 홍대입구역 근처 SVC Seoul에 입주해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경복궁 근처 아트코리아랩에 입주해 3년간 작업했어요. 아트코리아랩에서 예술기업으로서 정체성과 기반을 다졌다면, SVC Seoul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기업으로서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런 입주 공간의 좋은 점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경험과 관점을 접하며, 작업과 팀의 운영 방향을 함께 고민할 수 있어 좋습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새로운 작업을 하려면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접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여기에는 사람마다 다양한 방법이 있는 것 같아요. 제 경우에는 주로 책을 읽는 편입니다. 정기적으로 함께하는 과학독서모임 ‘비바리움’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독서모임에서는 과학책 중에서 최근 관심사에 맞는 책을 골라 읽고, 동시대에 우리가 마주한 여러 가지 이슈와 책에서 알게 된 내용 사이의 연결점을 찾아보곤 합니다.

우리 사회도 하나의 생태계라고 바라보면, 생물학에서 다루는 관계와 상호작용의 방식이 사회를 이해하는 데 새로운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생물학의 관점으로 지금의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지, 그 안에서 인간은 어떤 위치에 있는지 고민합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며 작업하는 사람으로서 익숙하게 받아들이던 생각을 다시 들여다보고, 그 과정에서 생긴 질문을 작품으로 풀어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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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arium: 12th Elevator›, 2024, AI 기반 인터랙티브 게임 시뮬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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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arium: 12th Elevator›, 2024, AI 기반 인터랙티브 게임 시뮬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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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arium: 12th Elevator›, 2024, AI 기반 인터랙티브 게임 시뮬레이션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사고실험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과학 실험에서 변수를 통제하고 조건에 따른 차이를 비교하는 방식을 작업에 차용합니다. 하나의 질문을 놓고 특정한 조건을 바꾸거나 서로 연결된 요소를 분리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 팀원들과 함께 상상해요. 자료조사와 이런 사고실험을 오가며 작업의 주제와 방향을 잡고, 시각적으로 구현할 방법을 구체화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 작업의 세계관을 상징하는 식물로 제주고사리삼Mankyua chejuense이 있어요. 제주도 곶자왈에서만 자생하는 양치식물인데, 발견 당시 기존에 존재하던 나도고사리삼속Ophioglossum, 고사리삼속Botrychium, Helminthostachys​ 등 어느 속에도 포함시키기 어려운 특징을 지녀 새로운 속이자 종으로 등록됐습니다. 그렇게 제주고사리삼속Mankyua이라는 한국 식물의 이름을 딴 우리나라 고유속이 생긴 거예요. 이 지점이 우리 세파퓨처리즘 세계관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주고사리삼은 존재해 왔지만, 우리 인식의 분류체계에 포함되지 못해 그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알고 있던 분류체계를 확장해야 했던 거죠. 기존의 인식체계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존재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현재 이 속에는 제주고사리삼 한 종만 알려져 있습니다. 한 속에 한 종만 속하는 ‘단형속Monotypic genus’이죠. 이런 점에서 사람을 떠올렸습니다. 우리 역시 호모속Homo에서 유일하게 현존하는 종인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니까요. 멸종위기 1급 식물과 사람 사이의 접점이 흥미로웠어요. 제주고사리삼의 형태와 분류학적 특징을 하나씩 알아가면서 오히려 사람 쪽 작업의 실마리가 풀렸던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이 이어져 2023년 전시 제목도 «Separium: Monotypic Humans»로 정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작업을 풀어갈 때 저는 주제와 개연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처음 던진 질문이 왜 이런 형태의 작품으로 이어지는지, 관객은 그 질문을 어떤 경험으로 만나게 되는지 고민합니다. 조사와 상상에서 출발한 생각을 작품과 관객의 경험으로 연결하는 것이 팀 안에서 수행되는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와 동시에 직관과 영감도 중요하게 여깁니다. 케인스가 ‘Animal Spirits’를 통해 이야기한 것으로,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행동하게 하는 힘처럼 작업에서도 아직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가능성을 믿고 움직여야 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팀원의 직관과 판단을 신뢰하고 함께 시도해 봅니다. 시도하는 과정에서 그 직관이 작업의 주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함께 짚어가며, 구체적인 형태로 발전시키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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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arium: Monotypic Humans», 서울문화재단 문래예술공장,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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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arium: Monotypic Humans», 서울문화재단 문래예술공장, 2023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몇 년 전에는 세파퓨처리즘 세계관 속 미래를 상상하기 위해 ‘인간, 호모사피엔스는 어떤 존재일까?’라는 질문에 집중했어요. 인간의 분류학적 위치와 진화적 기원, 인간 사회의 근본적인 특징을 들여다봤습니다. 최근에는 그렇게 진화해 온 인간이 오늘날의 기술과 환경의 변화 속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관계를 맺는지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Separium: Monotypic Humans»에서는 인간과 자연을 분리해 보는 사고실험에서 출발했어요. 서로 얽혀 있는 요소를 극단적으로 나누고, 그 경계에서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것들에 주목했습니다. 인간에게 속한 영역을 ‘세파리움’이라고 가정한다면, 그 안에는 무엇이 포함될 수 있을지 질문했어요. 그러다 인간의 선택과 개입으로 변화해 온 작물화된 식물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이 식물은 자연에 속할까, 아니면 인간의 영역에 속할까?’ 당연하게 생각했던 구분이 흔들리는 지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이 전시에서는 관객이 인터랙티브 작품에서 얻은 힌트로 암호를 찾아 마지막 ‘문’을 열도록 설계했어요.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밝은 공간에서 ‘세파리움 관리자’를 마주합니다. 관리자가 “세파리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인사를 건네고, 관객과 세파리움을 관련시켜 이야기하는 일종의 퍼포먼스예요. 여러 가지 디지털 작업과 상호작용하며 전시를 통과한 끝에 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거죠. 복잡한 시스템 하부 구조에서 인식되지 않던 사람을 마주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AI 혁명과 디지털 대전환 속에서도 결국 그 시스템 너머에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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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arium: Afterimage of Marigold›, 2026, «우리의 여름에게», 경기도미술관,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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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arium: Afterimage of Marigold›, 2026, «우리의 여름에게», 경기도미술관, 2026

최근 경기도미술관에서 선보인 «Separium: Afterimage of Marigold»는 인간과 자연의 경계에 관한 질문을 마리골드라는 식물을 중심으로 확장한 작업입니다. 식물이 놓인 구조물 앞에서 관객은 자신의 꿈을 들려주고, AI가 만들어 낸 해석과 이미지를 마주해요.

마리골드와 꿈을 함께 놓아 우리가 자연을 이해하는 방식과 자신의 경험을 해석하는 방식을 연결해 보고 싶었습니다. 인간은 식물을 자신의 기준에 따라 분류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모호한 꿈에도 언어와 이야기를 붙여 이해하려고 하잖아요. 관객이 AI가 만들어낸 해석과 이미지에서 자신의 경험을 알아보거나 낯설게 느끼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근거로 무언가를 ‘이해했다’고 느끼는지 묻고자 했습니다.‘세파리움’이라고 가정한다면, 그 안에는 무엇이 포함될 수 있을지 질문했어요. 그러다 인간의 선택과 개입으로 변화해 온 작물화된 식물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이 식물은 자연에 속할까, 아니면 인간의 영역에 속할까?’ 당연하게 생각했던 구분이 흔들리는 지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이 전시에서는 관객이 인터랙티브 작품에서 얻은 힌트로 암호를 찾아 마지막 ‘문’을 열도록 설계했어요. 문을열고 들어가면 밝은 공간에서 ‘세파리움 관리자’를 마주합니다. 관리자가 “세파리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인사를 건네고, 관객과 세파리움을 관련시켜 이야기하는 일종의 퍼포먼스예요. 여러 가지 디지털 작업과 상호작용하며 전시를 통과한 끝에 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거죠. 복잡한 시스템 하부 구조에서 인식되지 않던 사람을 마주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AI 혁명과 디지털 대전환 속에서도 결국 그 시스템 너머에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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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arium: Afterimage of Marigold›, 2026, «우리의 여름에게», 경기도미술관,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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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arium: Afterimage of Marigold›, 2026, «우리의 여름에게», 경기도미술관, 2026

이 전시에서는 관객이 인터랙티브 작품에서 얻은 힌트로 암호를 찾아 마지막 ‘문’을 열도록 설계했어요. 문을열고 들어가면 밝은 공간에서 ‘세파리움 관리자’를 마주합니다. 관리자가 “세파리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인사를 건네고, 관객과 세파리움을 관련시켜 이야기하는 일종의 퍼포먼스예요. 여러 가지 디지털 작업과 상호작용하며 전시를 통과한 끝에 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거죠. 복잡한 시스템 하부 구조에서 인식되지 않던 사람을 마주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AI 혁명과 디지털 대전환 속에서도 결국 그 시스템 너머에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최근 경기도미술관에서 선보인 «Separium: Afterimage of Marigold»는 인간과 자연의 경계에 관한 질문을 마리골드라는 식물을 중심으로 확장한 작업입니다. 식물이 놓인 구조물 앞에서 관객은 자신의 꿈을 들려주고, AI가 만들어 낸 해석과 이미지를 마주해요.

마리골드와 꿈을 함께 놓아 우리가 자연을 이해하는 방식과 자신의 경험을 해석하는 방식을 연결해 보고 싶었습니다. 인간은 식물을 자신의 기준에 따라 분류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모호한 꿈에도 언어와 이야기를 붙여 이해하려고 하잖아요. 관객이 AI가 만들어낸 해석과 이미지에서 자신의 경험을 알아보거나 낯설게 느끼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근거로 무언가를 ‘이해했다’고 느끼는지 묻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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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arium: Monotypic Humans», 서울문화재단 문래예술공장,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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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arium: 12th Elevator›, GITEX Global – Expand North Star, 두바이, 2024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최근에는 세파퓨처리즘 세계관 속 이야기를 어떻게 개별 작품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우리 팀은 2022년 세계관 선언문을 발표하고, 실재와 가상을 분리해 그 경계를 이번 «Separium: Afterimage of Marigold»에서 관객에게 꿈을 묻던 친구는 마리골드 피어리입니다. 각각의 피어리가 품은 이야기를 작품으로 풀어가면서 그 안에 지금 우리가 마주한 변화와 질문을 담고 싶어요.

세파퓨처리즘이라는 세계관 이름처럼 우리가 관심을 두는 것은 ‘진화 과정에서 확립된 인간의 특성이 앞으로 변화하는 세계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하는 부분입니다. «Separium: Monotypic Humans»에서는 인간이 집단을 이루고, 사회를 조직하는 특성을 이야기했다면, «Separium: Afterimage of Marigold»에서는 세계를 분절하고 구분해 인식하는 방식 자체를 다뤘습니다. 인간이 오랜 시간에 걸쳐 갖게 된 이런 특성이 새로운 환경에서는 어떤 반응과 관계를 만들어 낼지 궁금합니다.

특히 AI 혁명 이후 이 질문을 더 많이 하게 돼요. 인간이 만든 기술이 우리 사회에 깊이 관여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그 기술이 어떤 과정을 거쳐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우니까요. AI의 ‘블랙박스’가 대표적인 사례고요. 산업화와 분업화 과정에서도 개인이 사회 전체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기는 어려워졌지만, 이제는 알아보려는 노력만으로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 더 확장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어떤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지, 노력하면 인식할 수 있는지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있는 줄도 모르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어요?

‘그렇다면 세계를 나누고 분류하면서 이해해 온 인간이 자신이 만든 사회와 기술의 작동 방식조차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워질 때는 어떻게 될까?’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고 적응하게 될까?’ 최근에는 그런 상황에서 인간의 기존 특성이 어떻게 작용할지를 세계관과 작품을 통해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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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P: Nothing Empty›, 2025, 관객 참여형 미디어아트, «재미 짓기: Delight For You», 문화제조창 본관 4층, 청주, 2025

최근 작업에서 만족스러웠던 점과 불만족스러웠던 점이 궁금합니다.

최근 작업에서는 팀으로 함께해 온 시간이 작품 안에서 드러난 점이 만족스러웠어요. 오랫동안 함께하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쌓아온 고민과 시도가 하나의 작업 안에서 맞물리고, 서로의 생각을 더 발전시키는 것 같습니다.

늘 고민으로 남는 부분은 ‘이를 관객의 경험으로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입니다.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일상에서 전시장으로 들어와 작품을 만나고 경험하는 과정 전체를 작업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의도한 것이 실제로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 관객이 작품과 관계를 맺을 여지가 충분한지 계속 돌아보게 됩니다. 어떤 공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선보일 때 우리의 질문이 관객 자신의 경험과 연결될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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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inality of Separium›, 2025, 인터랙티브 설치, «미끄러지는 현실: 감각의 확장, 경계의 재구성», 수림큐브, 서울,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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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arium: Monotypic Humans», 서울문화재단 문래예술공장,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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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arium: Monotypic Humans», 서울문화재단 문래예술공장, 2023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을 여쭤봐도 될까요?

요즘은 작업을 통해 쌓아온 융합예술의 경험을 사업으로 이어가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 기관과 협업하면서 최근에는 국립생태원 상설 전시에 AR 도슨트를 선보였습니다. 롯데월드 어드벤처의여름 시즌에는 ‹요괴금서›를,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의 가을 시즌에는 ‹나만의 T1 AR ROOM›을 선보였어요. 이번 가을에는 펍지 성수 등에서도 협업을 이어갈 예정이고… 피어리와 함께하는 프로젝트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런 활동도 작업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해요. 앞서 이야기한 ‘어디에서 어떻게 관객을 만날 것인가’라는 고민과 이어지거든요. 전시장을 찾은 사람과 일상 속 팝업에서 우연히 작품을 만난 사람은 서로 다른 기대와 태도로 참여하게 되니까요. 다양한 장소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공간과 상황에 따라 경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피고 있습니다. 요즘의 일상은 그런 시도로 채워져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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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P: Nothing Empty›, 2025, 관객 참여형 미디어아트, «재미 짓기: Delight For You», 문화제조창 본관 4층, 청주, 2025

요즘 작가님이 관심을 가장 많이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요즘은 AI가 사회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서로 나뉘어 있던 학문이 서로 연결되면서 어떤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 내는지에 관심이 많아요. 복잡한 현상을 설명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물학, 물리학, 사회과학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특히 별개로 여겼던 분야에서 비슷한 논리나 작동 원리가 발견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에요. 서로 다른 언어로 설명해 온 현상들이 사실은 어떤 공통된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작업과 관련해서는 로보틱스의 발전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어요. 우리가 주로 XR 기술을 활용해 관객 간 상호작용을 설계하다 보니 여기에 로보틱스가 결합했을 때 어떤 경험이 가능해질지 궁금합니다. 가상공간에서 나타나는 반응이 물리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진다면 관객이 작품과 관계 맺는 방식도 달라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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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arium: 12th Elevator›, 2024, 게임 시뮬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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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arium: 12th Elevator›, 2024, 게임 시뮬레이션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가님의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 어떻게 드러나는지는 팀원들이 구현한 모습을 보면서 저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의 작업에는 프로파일을 활용한 구조적이고 정갈한 형태가 반복해서 나타납니다. 작품의 형태는 계속 달라지는데도 이런 특징이 이어진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세계를 분절하고 그 경계를 들여다보는 세파퓨처리즘의 관점도 프로파일 구조물이나 아크릴, 제주고사리삼 조형물 같은 요소를 통해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기획자로서 주로 질문과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팀원들이 이를 각자의 감각으로 해석해 형태로 만드는 과정을 흥미롭게 바라보게 돼요. 그 안에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고 정리하는 방식이나 각자의 태도가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저는 자연 속에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산책을 하기도 하지만, 작업이 막힐 때는 결국 새로운 지식과 관점을 접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Separium: Monotypic Humans» 이후 다음 작업을 어떻게 확장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올해 초 읽은 조이 슐랭거의 『빛을 먹는 존재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식물의 의식에 관한 질문을 다루는 책인데, 우리가 흔히 뇌라는 중심을 전제로 감각과 의식을 판단하는 데 비해 식물은 중앙 통제 기관 없이 몸의 여러 부위에서 환경을 감지하고 반응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식물의 분산된 반응 방식과 모듈형 구조를 접하면서 다음 작업으로 생각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스스로의 상태를 ‘슬럼프’라고 규정하지 않으려고 해요. 언어에는 힘이 있어서 그렇게 이름 붙이고 인식하는 순간 오히려 그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거든요. 일상은 그대로 지키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고자 합니다.

팀원들에게도 물어봤는데, 저와는 접근이 달라서 흥미로웠어요. 현태 님은 ‘지금이 슬럼프구나’라고 인정하는데서 시작한다고 합니다. 억지로 잘하려고 애쓰기보다 이 시간을 지나면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버티다 보면 다시 나아갈 용기가 생긴다고 해요. 마찬가지로 수진 님도 슬럼프를 인정하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원인을 찾는다고 합니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서 오는 무기력함인지, 스스로를 충분히 돌보지 못해서 생긴 상태인지 살펴보는 거예요. 전자라면 가능한 방법을 최대한 찾아보되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은 받아들이고, 후자라면 외부와 잠시 거리를 두고 충분히 쉬는 편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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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arium: Monotypic Humans», 서울문화재단 문래예술공장,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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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arium: Monotypic Humans», 서울문화재단 문래예술공장, 2023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작업을 풀어가는 속도보다 세상이 더 빠르게 변한다는 점이에요. 하나의 질문을 작품으로 만들고, 전시를 통해 관객과 만난 뒤 다음 작업으로 확장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전시 기회라는 게 우리가 원하는 시점에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요.

항상 최신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우리에게는 작업을 통해 차례로 짚어보고 싶은 질문과 확장해 가려는 단계가 있는데, 그것을 충분히 펼쳐 보이기 전에 현실의 조건이 달라지곤 해요. 쌓아가고 싶은 작업의 흐름과 세상이 변하는 속도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갈지가 요즘 가장 현실적인 고민입니다.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기획자로서 저는 자신의 작업에 책임을 지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업은 관객을 만나면서 완성되고, 그 과정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니까요. 제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전달되는지 계속 돌아보려고 해요. 관객의 해석을 모두 예상할 수는 없지만, 제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지점에도 귀 기울이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질문을 팀원들에게도 해 봤어요. 현태 님은 디테일을 포기하지 않는 데서 작가 정신이 드러난다고 했고, 성환 님은 살아가며 마주하는 작은 일들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이야기했습니다. 수진 님은 자신의 작업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는 태도를 꼽았어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새로운 표현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작업 세계를 계속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함께 하나의 작업을 만들고 있지만 각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지점은 조금씩 다르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그런 차이가 실제 작업의 선택과 과정에 어떻게 드러나는지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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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inality of Separium›, 2025, 인터랙티브 설치, «미끄러지는 현실: 감각의 확장, 경계의 재구성», 수림큐브, 서울, 2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시겠어요?

진부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을 너무 쉽게 타협하지 않는 것…. 그래서 무엇을 좋아해서 시작했는지, 어떤 부분만큼은 지키고 싶어 하는지, 그 중심을 계속 잡으려고 합니다.

생각해 보면 좋아하는 것이 있고, 그것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오래 이어가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저에게는 조금 어려운 질문이라 팀원들에게도 물어봤는데, 답이 조금씩 달랐어요. 현태 님은 좋은 창작물을 만드는 차이는 ‘한 끗’에 있다며, 마지막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는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성환 님은 사람들이 자신을 보며 생각하고 느낀 그대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고요. 수진 님은 자신만의 세계를 꾸준히 쌓으면서도 새로운 표현을 탐색하는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어요. 저는 글쎄요… 저 자체가 기억되고 싶지는 않은 것 같아요. 가능하다면 세파퓨처리즘과 피어리가 기억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세파퓨처리즘 작업을 하면서도 이 질문이 가장 어렵네요. 이상적인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탐구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작업이기도 한데, 작업을 이어가면서 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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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Team Pearl 팀펄(@ptpearl_com)은 정혜주(기획자), 성수진(아트디렉터), 위성환(개발팀장), 김현태(비주얼디렉터), 김윤지(마케터)로 구성된 아트 컬렉티브이다. 인간이세계를 인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에 관심을 두고, 예술과 기술을 바탕으로 ‘세파퓨처리즘Sepafuturism’이라는 SF 세계관을 구축한다. 인간으로부터 독립한 가상세계에서 진화한 존재 ‘피어리Peary’의 이야기를 관객의 참여로 확장되는 인터랙티브 작품과 설치로 풀어낸다. 롯데월드, 국립생태원 등 기업, 기관과 협업하며 테마파크와 생태 전시 공간에서도 장소의 이야기와 관객의 행동을 연결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미술관부터일상의 여가 공간까지, 서로 다른 장소에서 관객이 작품을 만나고 경험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서울문화재단 «언폴드엑스(Unfold X) 기획자캠프»에 2022년부터 2년 연속 선정되었으며, 2024년 «디지털아트 컬처랩(Digital Art Culture Lab)»쇼케이스에서 1위에 올랐다. 개인전으로 «PPP: A Chain Letter»(아트코리아랩, 2025) 등을 열었고, «우리의 여름에게»(경기도미술관, 2026), 《미끄러지는 현실: 감각의 확장, 경계의 재구성»(수림큐브, 2025), 제14회 청주공예비엔날레 연계 신진작가전 «재미-짓기(Delight For You)»(문화제조창, 2025)에 참여했다. «Sónar+D»(바르셀로나, 2024), «GITEX Expand North Star»(두바이, 2024) 등 해외 행사에서도 작업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