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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완벽한 아이디어는 없다

Writer: 박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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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박소라 작가는 소셜 미디어, 메타버스와 같은 동시대 디지털 매체 환경에서 나타나는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최근에는 공상과학적 상상을 이용해 현대의 사회적 문제가 심화된 미래에 일어날 만한 상황과 인물상, 상품을 상상하고, 이를 조각,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구현하는 중이랍니다. ‘만약 왜곡된 신체 이미지를 사용하는 오늘날의 소셜미디어 풍토가 더욱 심화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신체를 더욱더 자유롭게 변형할 날이 오게 된다면 어떤 상황이 일어날까?’, ‘앞으로 어떤 서비스와 기술이 나타나고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을까?’ 등의 질문을 던지며 상상의 이야기를 펼치는 거죠. 그는 예술 활동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대비 즉각적인 금전적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아서 의욕을 잃거나 허무함을 느끼는 상황을 경계해요. 스스로에게 지속적인 동기 부여를 하면서 주도적인 삶의 태도를 가질 때, 자신만의 속도로 창작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고 믿죠. 그래서 비록 아이디어가 유치해 보일지라도 주저하지 않고 이를 작업으로 개화하는 실행력과 실천력의 중요성을 체감합니다. 세상에 완벽한 아이디어는 없다고 생각하는 박소라 작가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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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ft Touch›, 2022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주로 조각을 기반으로 설치와 미디어 작업을 선보이는 박소라입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회화로 창작 활동을 시작했어요. 이후, 런던으로 넘어가 현대미술을 배우며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생각과 표현 방식 사이의 연결 고리에 대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그때부터, 패브릭, 자수, 금속,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접하고 실험해 보며 사용하는 매체의 범위를 확장해 온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항상 무언가 만들고 창작하는 행위를 굉장히 즐겨왔던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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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your sleep›,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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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your sleep›, 2019

‹Skin Selection›, 2024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큰 창이 있는 1층 작업실을 이용하고 있어요. 처음 입주하고 몇 달 동안은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사용하지 않았는데요. 그렇다 보니,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게 다가와서 지금은 창을 가려두고 다소 비밀스럽게 이용하고 있어요. 조각이나 설치 작업을 많이 하지만, 작업실에 있을 때는 생각 외로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입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과학기술, 소셜미디어, 제품 디자인. 이렇게 세 가지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 환경에서 나타나는 인물 이미지, 가공된 가상 인물과 멀티 페르소나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주로 이와 관련한 사회, 문화, 경제적인 상황들을 관심 있게 바라보며 작업에 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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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nect-Disconnect-Reconnect›,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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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nect-Disconnect-Reconnect›, 2021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프로젝트성 작업을 주로 해서 창작 내용과 과정은 조금씩 달라요. 어떤 프로젝트는 조형적 실험에 초점을 두기도 하고, 어디서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초점을 두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제 가장 최근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구상 방식을 생각해 보면, 현재의 사회 문제가 더욱 심화된 미래 시점을 상상하는 것으로부터 작품을 시작합니다.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현재의 사회 문제가 심화된 미래 상황을 상상하며 이런 상황에서 등장할 어떤 구체적 ‘상품’을 고민해 봅니다. 이후, 이를 ‘모형’의 형식을 통해 시각화합니다. 두 번째는 현재 맞닥뜨린 문제 상황이 심화될 때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에피소드를 미래 시점에서 상상해 보고, 이야기를 직접 글로 써보면서 서사를 전개해 나갑니다. 이런 방식은 조각 모형과 함께 영상이나 설치로 발전하기도 해요. 앞서 말한 두 가지 방식은 개별적으로 혹은 한 작품에 동시에 사용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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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ciety Dependent on Energy Drinks›, 2023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최근에는 소셜미디어에 나타나는 허구적 이미지와 인물들, 이를 둘러싼 사회,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을 중심으로 작업하는 중입니다. ‘만약 왜곡된 신체 이미지를 사용하는 오늘날의 소셜미디어 풍토가 더욱 심화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신체를 더욱더 자유롭게 변형할 날이 오게 된다면 어떤 상황이 일어날까?’, ‘앞으로 어떤 서비스와 기술이 나타나고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을까?’ 등의 질문을 시작으로 작품을 구상하고 만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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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ft Touch›, 2022, 트럭에 스크리닝,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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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ft Touch›, 2022

‹Soft Touch (new.ver_2023› short trailer, 2023

예를 들어, ‹Soft Touch›는 가상의 주인공들의 페르소나를 생성하고, 텍스트, 영상, 조각 모형을 통해 상상 속 이야기를 펼친 조각·영상 작품이에요. 이야기의 핵심은 웨어러블 디자이너 ‘박사라’가 가상 인간 인플루언서 ‘김제임스’를 위해 소셜미디어에서 사용할 웨어러블 기기를 디자인하고 제안하는 과정이었죠. 이 작업을 바탕으로 지난 10월 31일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에서 오픈한 개인전에서는 3D 영상 작품 ‹메타 뷰티 이노베이션›을 선보이고 있어요. 박사라와 김제임스가 가상의 뷰티 디바이스 회사를 설립하고, 이들이 개발한 제품과 프리미엄 서비스를 함께 출시한다는 이야기를 설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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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 Beauty Innovation›,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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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 Beauty Innovation›, 2024

또 다른 비슷한 맥락의 작업은 작년 ‘포르쉐 스코프 서울Porsche SCOPES Seoul’ 행사 기간에 이벤트 장소의 화장실 공간을 이용해 진행한 ‹NeoTex Depot›라는 장소 특정적 설치 작업이 있어요. 미래의 가상 인간 사회에서 디지털 휴먼의 외형을 바꾸는 기능을 가진 뷰티 디바이스를 상상하고, 이를 모형 조각과 공간 설치, 그리고 인스타그램 필터를 통해 구현하는 것이었죠. 특히, 공공 화장실은 매우 사적이면서도 동시에 공적인 성격을 띠고 있고,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소셜미디어와 공간적 유사성을 공유한다고 생각해 작품의 일부로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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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Tex Depot›, 2023, Porsche SCOPES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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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Tex Depot›, 2023, Porsche SCOPES Seoul 

최근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디지털 매체 환경, 특히 소셜미디어 공간을 통해 우리의 몸과 일상이 이미지로써 자본화되고 상품화되어 소비되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어요.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의 폭발적인 발전 속도와 이미지가 넘쳐나는 상황은 우리가 이미지를 유통하고 소비하는 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고요.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작업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딱히 작업을 하지 않더라도 꽤나 규칙적으로 작업실에 출근하듯 나가는 편이에요.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기도 하고요. 물론 운동도 하고 친구들과 만나서 놀기도 합니다. 딱히, 특별한 건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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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Tex Depot›, 2023, Porsche SCOPES Seoul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현재 여러 가지 협업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일단, 근작 ‹메타 뷰티 이노베이션›을 VR 작업으로 발전시키는 중입니다. 더불어 ‘어스토피아’라는 콜렉티브 이름으로 전자음악가 김수진 님과 협업한 인터렉티브 사운드 조각은 11월 8일부터 17일까지 플라스크 개관전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관객의 터치로 소리 내는 일종의 반려 악기를 디자인했어요. 더불어 최근 기술 기반 예술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고요.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도적인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예술은 시간과 노력을 아무리 많이 투자해도 즉각적인 금전적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래서 많은 창작자가 의욕을 잃거나 허무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스스로에게 지속적인 동기 부여를 하고, 꾸준히 실행하는 주도적인 삶의 태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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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Fence›, 2022,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024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엄청난 슬럼프를 겪었던 기억은 아직 없습니다. 슬럼프가 올 것 같으면 보통 뭔가를 배우거나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하루 이틀 정도 가져요. 작업을 만들기보다, 이참에 포트폴리오 정리도 하고, 웹사이트도 손보고, 기획서도 써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 같네요. 훌쩍 멀리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요.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하고 싶은 작업은 많은데, 시간과 체력, 자본의 문제가 있네요…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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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Fence›, 2022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실행력과 실천력이 창작자의 태도로 자리 잡으면 굉장히 좋은 것 같습니다. 저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완벽한 아이디어는 없다고 봐요. 그래서 간단한 드로잉이라도, 조각이라도, 유치해 보일 것 같은 작업이라도 주저하지 않고 시작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자신만의 속도로 창작 및 발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게 중요합니다. 창작 활동이 반드시 물질적 성취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작업한다면, 조급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작업을 지속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한 같은 꿈을 꾸고, 같은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과 함께 교류하는 시간이 굉장한 도움이 됩니다.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좋은 작업을 만드는 창작자.

Artist

박소라(@soraparque)는 소셜미디어 공간, 메타버스와 같은 동시대 디지털 매체 환경에서 나타나는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한다. 특히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통해 심화하여 표출되는 현상에 주목한다. 최근에는 공상과학적 상상을 이용해 현재의 사회적 문제가 심화된 미래에 일어날 만한 상황과 인물상, 상품 등을 상상하고, 이를 조각과 영상, 설치 등의 다양한 방식을 통해 시각화하는 중이다. «Dark Closet»(킵인터치서울, 2022) «Soft Prologue» (523쿤스트독, 부산, 2022), «Connect-Disconnect-Reconnect»(대구예술발전소, 2021) 등의 개인전을 열었고, 영국 런던 영국왕립미술원(Royal Academy of Arts), 사우스 런던 갤러리South London Gallery, 콜체스터 퍼스트사이트Firstsite,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문래예술공장, 을지예술센터, 김희수아트센터 등에서 열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21년 ‘블룸버그 뉴 컨템퍼러리즈Bloomberg New Contemporaries’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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