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능한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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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이현우 작가는 조각 작업에 열중합니다. 신도림과 용산의 공간을 오가며 프로세스에 따라 나누어 진행하고 있어요. 한 곳에서는 큰 뼈대와 덩어리를 작업하고, 다른 한 곳에서는 텍스처를 따로 진행하는 건데요. 일상, 생물, 애니메이션, 영화 등에서 영감을 얻어서 그런지, 언뜻 보면 SF 영화에 나오는 외계 생물체의 일부를 탐구하는 느낌이 들어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매스에 매끈하고 유기적인 금속 프레임이 결합한 모습은 확실히 시각적으로 예사롭지 않습니다. 요즘은 어떤 물체 위에 또 다른 물체가 얹히고 얽히는 수술이라는 키워드에 매력을 느끼고 있어요. 새로운 기술과 재료를 활용해 솔직하고 감각적인 창작자를 꿈꾸는 이현우 작가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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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anigena Incubatorium›, 2023, mixed media, 40 x 40 x 90 cm

‹Chela (Mutualism)›, 2023, mixed media, 25 x 25 x 150 cm

‹Sculpturae Involucrum 1 (parasitism)›, 2023, aliminum, 125 x 170 x 260 cm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조각 작업을 하는 이현우입니다.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신도림과 용산에 있는 작업 공간을 오가며 작업합니다. 작업량이 많아지다 보니 프로세스에 따라 공간을 나눠서 진행하고 있어요. 신도림 작업실에서는 큰 뼈대와 덩어리를 작업하고, 용산 작업실에서는 텍스처 작업을 진행하는 식이에요. 신도림 작업실은 일곱 명의 친구와 함께 쓰는 중인데요. 근처 백반집과 오리로스집이 맛있습니다. 테라스 문을 열면 건물 앞으로 운전면허학원 전경이 보이는데요. 노란 자동차가 줄줄이 움직이는 모습이 귀여워요. 용산 작업실은 친구라고 하기엔 덜 친한 두 명, 친한 친구 한 명과 함께 써요. 바로 앞에 고등학교 테니스장이 있어서 공이 통통 튀는 소리가 자주 들리고, 가끔 이상한 기합 소리도 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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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anigena Incubatorium›, 2023, mixed media, 40 x 40 x 90 cm

‹Cyanigena Incubatorium›, 2023, mixed media, 40 x 40 x 90 cm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일상의 물건이나 생물에게서 영감을 얻는 편이에요.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영화에서도 때때로 얻습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평소 생각하고 상상하던 바를 인상 깊게 기억하던 이미지와 연결해 봐요. 이미지에서 비롯한 생각, 생각에서 비롯한 형상이 서로 얽히는 과정에서 재료에 대해 생각합니다. 재료를 수집하고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어떤 과정, 어떤 순서로 만들까,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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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nu Tenens Exuvia›, 2023, mixed media, 75 x 75 x 125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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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nu Tenens Exuvia›, 2023, mixed media, 75 x 75 x 125 cm

작가님의 작업 세계가 궁금해요. 최근 작업을 예로 들어 주시겠어요?

최근에는 크기가 작은 작업에 작은 질감을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크기에 대한 개념을 해상도 개념으로 접근하는 시도에서 비롯한 건데요. 크기에 비례하는 텍스처가 아니라, 몸체의 크기보다 작아지는 텍스처를 통해 더 선명하고 잘 보이는 작업을 연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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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통해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최근에는 작업에 상처와 흉터를 만들고 있어요. 상처와 시간이 지나 아문 흉터를 보면서 만들어진 프로세스가 아니라 ‘이 녀석이 어딘가에서 뒹굴다가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 재밌겠더라고요. 우리도 사람을 볼 때 인상착의에 따라 연령대나 직업에 대해 느끼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작업에서도 그런 작용이 일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최근 평면 형식의 조각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벽을 등지고 눈에 보이는 앞면만 작업하는 터라, 육면을 모두 만들어야만 하는 입체와는 또 다른 형식에서 매력을 느끼고 있어요. 불만족하는 부분은 딱히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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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titled›, 2024, mixed media, 300 x 300 x 15 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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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2024, mixed media, 600 x 300 x 15 mm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쉬는 날에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앉아 있어요. 사람과 상황을 구경하는 일을 좋아해서, 야외 좌석이 있는 카페에 가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재미있어요. 예전에는 낚시를 많이 다녔는데,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지만 바쁘게 지내다 보니 낚시랑 멀어져 버렸네요. 평소 일상은 보통 작업-커피-밥-일, 이 정도인 것 같습니다. 

요즘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수술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이 가요. 어떤 물체 위에 또 다른 물체가 얹히고 얽히는 이미지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수술 중 개복하는 틈 속에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수술도구, 수술대, 수술받는 물체, 수술포 등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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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Exhibition 2023: parenthesis», 2023, G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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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Exhibition 2023: parenthesis», 2023, G Gallery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삶을 대하는 태도와 작업자로서 창작하는 태도가 거의 일치하는 것 같아요. 저는 평소의 삶에서도, 관계에서도 제가 느끼는 것에만 집중하고 믿는 경향이 있거든요. 작업 또한 마찬가지로 시각적, 촉각적인 이미지 안에서 내용을 전달하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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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cera Egressa 1, 2023, mixed media, 47 x 47 x 40 cm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평소 뭐든 될 때까지 하면 된다고 믿어요. 그래서 하던 걸 계속해서 더 잘하려고 노력합니다. 극복하는 특별한 방식이 있진 않아요. 개인적으로 낚시가 도움이 됐는데요. 손끝에 많은 것을 집중하다 보니 그 시간 동안만큼은 겪고 있던 문제에서 멀어지는 느낌이 들죠. 뭔가 환기되는 기분입니다.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조각 작업의 보관과 판매인 것 같아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이 일을 어떻게 지속할 것인지 고민이 많습니다.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무언가 지속하려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지속하고 반복하다 보면 어딘가에 가려져 있던 제가 드러나는 것 같거든요. 작업에 저 자신이 드러나는 게 좋고, 그게 대체 불가능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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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apaciorum Membrana›, 2023, mixed-media, 45 x 45 x 100 cm

‹Sculpturae Involucrum 2 (parasitism)›, 2023, aluminum, 70 x 70 x 110 cm

‹Carapaciorum Membrana›, 2023, mixed-media, 45 x 45 x 100 cm

‹Sculpturae Involucrum 2 (parasitism)›, 2023, aluminum, 70 x 70 x 110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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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ulpturae Involucrum 4 (commensalism)›, 2023, Mixed media, 35 x 35 x 110 cm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사실 노하우와 팁은 잘 모르겠어요. 잘하려고 애쓰고 자신을 믿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계속 끊임없이 갈고 닦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뭔가를 만들어내고, 잘 만들게 되고, 누군가가 응원하고, 좋아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자연스레 자신을 믿는 힘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솔직하고 감각적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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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Untitled›, 2020, Elk leather, full threaded bolt, plywood, aluminum casting, 75 × 30 × 85 cm

(우) ‹Untitled›, 2022-2023, resin clay, aluminum casting, acrylic medium, 40 x 40 x 215 cm

(상) ‹Untitled›, 2020, Elk leather, full threaded bolt, plywood, aluminum casting, 75 × 30 × 85 cm

(하) ‹Untitled›, 2022-2023, resin clay, aluminum casting, acrylic medium, 40 x 40 x 215 cm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좋은 환경에서 좋은 재료로 신기한 작업을 하고 싶어요. 제가 모르는 기술과 재료로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요. 솔직히, 이상적인 미래가 뭔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지금 삶도 꽤 만족스러워서 여기서 조금만 더 나아지면 이상적이지 않을까, 생각도 들거든요. 앞으로 나쁜 일만 안 생기면 좋겠어요. 

Artist

이현우는 서울에 기반을 두고 이미지로 간주하며 읽히는 조각을 만든다. «Parenthesis»(G gallery, 2023), «owo»(Alterside, 2021) 등의 개인전을 열었다.

보는 재미가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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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홍세인 작가는 서울에서 포푸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묘한 색감과 러프한 텍스처가 매력적인 리소 인쇄(Risograph)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죠. ‘앗 포푸리 작업인가?’ 느낌이 확 오는 일러스트레이션은 보고 또 봐도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그의 작업은 모두 글에서 시작해요. 이야기를 짓고, 이를 시각적으로 읽힐 수 있도록 그림을 그립니다. 그래서 그런지 마치 그림이 말을 거는 느낌이 들어요. 홍세인 작가는 무엇을 만들지 꾸준히 생각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구체화해서 결과물로 내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요. 왜냐하면 좋아하는 일이 저절로 지속되도록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요. 보는 재미가 있는 창작을 꿈꾸는 홍세인 작가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서울시립미술관 워크숍 ‹바운더리: 소리 기억 만지기› 포스터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포푸리popurri’를 운영하는 홍세인입니다. 일러스트레이션 작업과 리소 인쇄(Risograph)를 하고 있어요.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교 2학년 때쯤 한창 인쇄 방법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요. 광택이 없는 인쇄법을 찾다가 리소 인쇄를 알게 됐어요. 당시 유럽에서 리소 인쇄를 시각 매체에 꽤 활발히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여행에서 접한 리소 인쇄물, 진, 소규모 프레스 등이 굉장히 새롭고 재미있게 다가왔어요. 4학년이 되고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개인 작업을 직접 리소 인쇄하면 좋을 것 같아서 중고 리소 인쇄기를 구입했습니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디지털 인쇄기와 뭐 얼마나 다르겠어?’ 막연한 자신감으로 무작정 시작했죠. (웃음) 어려움도 많았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쭉 포푸리라는 이름으로 스튜디오를 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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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COLOR MIXER vol.1.5.›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2018년부터 지금의 작업실을 사용하고 있어요. 6호선 망원역과 가깝고 사람들이 항상 북적이는 거리에 있는 작업실이에요. 창문을 열면 요즘 무슨 노래가 유행하는지 바로 알 수 있어요. 혼자 사용하기에는 조금 큰 편이라, 안쪽 방은 다른 작업자분들과 쉐어하고 있습니다. 페어에서 구입했거나 직접 인쇄한 리소 책이 작업실에 굉장히 많은데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작은 도서관 같은 공간을 운영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불현듯 떠오르는 경우가 많아서 뭔가 생각나면 휴대폰 메모장에 기록합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개인 작업과 커미션 작업을 하는 과정이 조금 다른데요. 공통적인 부분을 꼽는다면 모두 ‘글’에서 시작한다는 점이에요. 짧든 길든 길이와는 상관없이 이야기를 짓고, 그 이야기가 시각적으로 읽힐 수 있도록 그림을 그립니다. 개인 작업은 보통 이야기를 짓고 그림으로 나오기까지 꽤 텀이 있는데요. 메모장에 묵혀둔 짤막한 이야기를 골라서 하나의 주제로 엮어요. 보통 여러 페이지의 책 형태로 완성하기 때문에 물성에 대한 부분도 생각하게 되죠. 한 손에 잡히는 아주 작은 사이즈부터 포스터처럼 벽에 걸어둘 수 있는 큰 사이즈까지 책의 크기와 모양을 고민해요. 리소 인쇄로 진행하는 작업은 분판이 수월하도록 사용하는 색상과 레이어 분리 등을 미리 계획하고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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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소 컬러차트 ‹24 Risograph Colors›

작가님의 작업 세계가 궁금해요. 최근 작업 중 몇 가지를 예로 들어 주시겠어요?

올해 초에 PRNT에서 작은 개인전을 했어요. 몇 년간 작업한 캘린더를 모아서 전시했죠. 날짜가 적혀있지만 달마다 다른 이야기가 있어서 저는 그림책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2019년부터 캘린더 작업을 시작했는데요. 스티커 사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작은 칸이 연속되는 달력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조금씩 변하는 사물(예를 들어, 점점 썩어가는 사과)을 그리려고 했는데, 한 달에 해당하는 30개 칸에 흐르는 시간의 길이를 아주 길게 늘이고 그동안 기록한 이야기를 넣어도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메모장에 적어두는 이야기는 보통 갑자기 떠올라서 급하게 적은 거라 시작과 끝이 모호해요. 기승전결 중 ‘기승’ 정도만 존재하는, 짧은 상상에 가까운 게 많아서 30개로 제한된 칸에 넣기에 적당하죠. 이렇게 2년 동안 달력 형태로 캘린더를 만들었고, 그 후로는 메모지처럼 한 장씩 뜯어낼 수 있는 일력, 요일 막대를 바꿔 끼우면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만년 달력도 제작했습니다. 모양은 조금씩 다르지만, 한 달에 한 가지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은 계속 유지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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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less 21st Century Calendar»(2024, PRNT) 포스터

‹2024 Everyday Calendar: Long Long Linguine›

작업을 통해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한 줄짜리 상상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일상의 상황에 가상의 사건을 덧붙인 증강현실 같은 것으로, 우리의 일상이 그렇듯 대개는 명확한 결말 없이 끝이 나고 달이 넘어가면 새로운 사건으로 전환된다.’ 최근 열었던 개인전 소개 글의 일부입니다. 캘린더뿐 아니라 제가 했던 대부분의 작업에서 보여주려던 이야기는 이런 형태를 띠고 있어요. 특별히 강조하고 싶다기보다는, 일상의 평범한 상황에 엉뚱한 사건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상상하는 일이 제게 익숙하고, 또 즐기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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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아모레하트’ 디지털 아트워크

해당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작업을 하면서 점점 애정이 커지는 터라 보통 완성하면 객관성을 잃고 좋게만 보이네요. 오히려 시간이 지난 후 작업을 다시 봤을 때 고치고 싶고 아쉬운 부분이 생각나요.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바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일상을 보내는 모습이 너무나도 달라요. 중간 정도로 바쁠 때를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제일 먼저 저희 집 강아지 밀레와 망원동 작업실에 출근합니다. 그날 해야 할 인쇄를 확인하고 리소 인쇄를 진행해요. 이메일에 답장하다 보면 중간중간 인쇄물을 찾기 위해 손님들이 방문합니다. 인쇄 업무가 끝나면 그림 작업을 하는데요. 보통 집에서 집중이 더 잘돼서 집으로 돌아와요.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저녁을 먹고, 힘이 좀 남아있거나 기분이 날 땐 운동을 하러 가죠. 이렇게 생각해 보니 굉장히 단조롭네요. 실제로 집-단골 카페-작업실 정도만 오가고, 평일에는 마포구를 잘 벗어나지 않는 편이에요.

『밀레는 정말 의리 있는 강아지』, 2023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저 자신이나 주위 사람에게 정말 많은(!) 질문을 하는데요. 궁금증이 많은 만큼, 관심사도 매우 자주 바뀌는 편입니다. 어제와 오늘의 관심사가 다를 정도에요. 검색 내역을 확인해 보니, 방글라데시 여행, 앞접시, 비스크 육수 레시피가 오늘의 관심사였네요. 최근 3개월 이내로 가장 큰 관심거리는 아무래도 카메라… 새로 샀거든요. 그리고 영수증처럼 나오는 미니 프린터입니다. 생각해 보면 그래도 지금까지 제일 오랫동안 관심을 둔 대상은 일러스트레이션과 리소 인쇄인 듯해요.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슬럼프는 없었어요. 안 좋은 일이 있어도 대체로 빨리 잊는 편입니다. 다만 작업 방식에 대한 생각은 가끔 해요. 그림에 움직임을 넣는다거나, 인쇄 매체가 아닌 다른 형태로 작업을 보여준다거나 하는. 지금까지 해온 방식에 새로운 걸 조금씩 섞어서 시도해 보고 싶어서요. 그림 자체에 대해서도 가끔 고민하는데, 유난히 표현하기 어렵거나 피하고 싶은 소재와 모양이 있어요. 커미션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항상 원하는 것만 그릴 수는 없으니 그런 것에 조금이라도 익숙해질 수 있도록 랜덤하게 나오는 주제를 연습하는 책을 만드는 중입니다.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눈 키워드를 무작위로 섞어서 이것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카테고리 1: 튤립, 바나나, 공’, ‘카테고리 2: 굴리다, 불다, 뛴다’, ‘카테고리 3: 작게, 크게, 빠르게’처럼 여러 가지 키워드를 카테고리별로 정하고 랜덤하게 섞어서 ‘튤립을 굴리는 모습을 작게 그리기’라는 단어를 만들고 그림으로 어떻게든 표현하는 거랍니다.

서울시립미술관 관람 예절 애니메이션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미술관 사용설명서›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감상과 대화를 위한 질문 카드›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일상 속 걱정은 어느 정도 제 상상에서 비롯하는 경우가 많아요. 현실에서 진짜 부딪히는 것들은 (다행이라 해야 할지) 보통 어떻게든 지나가서, 문제까지는 아니었던 게 대부분이었어요.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무엇을 만들지 꾸준히 생각하는 것,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든 그것을 구체화하여 결과물로 내보이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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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SF 몸 짓기› 포스터

(우)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50주년 캘린더’ 일러스트레이션

(상) 서울시립미술관 워크숍 ‹SF 몸 짓기› 포스터

(히)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50주년 캘린더’ 일러스트레이션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각자 살아온 방식이 달라서 노하우라고 말할 게 딱히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좋아하는 것은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지속되지 않을까요?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보는 재미가 있는 작업을 만드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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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사물’ 책갈피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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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사물 2’ 책갈피 세트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주위 사람들과 재미있게 잘 살고 싶어요.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리소 인쇄물 도서관이자 아카이빙 룸 같은 공간을 운영하고 싶다는, 조금은 구체적인 미래도 그려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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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Everyday Calendar: Long Long Linguine›

Artist

홍세인은 서울에서 ‘포푸리popurri’를 운영하며 일러스트레이션 기반의 그래픽 디자인 작업과 리소 인쇄를 하고 있다.

미장센은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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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이경호 작가는 스트리트 포로그래퍼이자 비디오그래퍼로 활동해요. 서울 거리를 정처 없이 거닐며 마주하는 대상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이때 그날의 분위기와 톤에 맞는 음악을 꼭 듣는다고 해요. 음악과 함께 촬영을 진행하면 피사체를 바라보는 시선과 셔터를 누르는 타이밍이 사뭇 달라진다고 하니 사진 찍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그는 찰나의 순간을 프레임에 잘 담기 위해 평소 두 눈으로 끊임없이 주변을 관찰합니다. 모든 순간과 장소에서 미장센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좋은 영화에서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는지라, 스냅숏을 찍을 때도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것처럼 바라본답니다. 촬영에 필요한 체력을 키우려고 격투기를 다시 시작할 만큼 사진을 사랑하지만, 이경호 작가는 작업에 집착하지 않아요. 무언가 오래 계속 붙잡는 것보다 잠시 멀어졌다가 돌아올 때 문제가 풀리는 경험 덕분이죠. 자신이 경험한 찰나를 감상자와 함께 호흡하길 바라는 그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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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ob’s ladder›, 2023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스트리트 포토그래퍼이자 비디오그래퍼로 활동하는 이경호입니다. 서울 거리를 방황하듯 거닐며 마주하는 것을 카메라에 담아요. 가끔 커머셜 촬영도 하고요. ‘오늘은 또 어떤 찰나가 내 프레임에 기록될까?’라는 생각을 달며 걸어 다닙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과거 외식업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슈퍼바이저로 일했어요. 지금 하는 일과는 전혀 다르죠? 새로 계약한 점주에게 조리 교육과 운영 방법을 교육하고 오픈을 지원하는 교육 담당을 직책으로 삼았습니다. 이 직업의 매력을 꼽자면 사람들을 가르치고 함께 지내면서 저마다 살아온 인생과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주위를 지나치는 사람들의 삶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저 사람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 ‘저분은 사색에 빠진 걸까, 멍 때는 걸까?’ 이런 순간을 카메라에 담으면 재밌겠다 생각했고, 이제 취미를 넘어 지금은 직업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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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8p.m›, 2021

(우) ‹Memories›, 2022

(상) ‹8p.m›, 2021

(하) ‹Memories›, 2022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저는 카메라와 맥북만 가지고 있으면 어느 장소든 작업 공간으로 삼을 수 있어요. 카페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동네에 흐르는 중랑천의 나무 밑 바위가 작업실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저는 주로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통해 얻어요. 여기서부터 생긴 아이디어, 즉 구성과 앵글, 톤앤매너 등을 사진과 영상에 녹여봅니다. 촬영할 때 꼭 음악을 듣는데요. 그날의 분위기와 톤의 결에 맞는 음악을 선택합니다. 이런 방법은 스트리트 포토가 아니더라도 사진을 찍는 많은 분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음악을 들으면 피사체를 바라보는 시선과 셔터를 누르는 타이밍이 사뭇 달라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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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u Island›, 2022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클라이언트와 함께하는 촬영이 아니고서는 장소나 주제 등을 디테일하게 정하지 않고 무작정 걷습니다.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을 마주할 때가 있고, 다들 자고 있나 싶을 정도로 텅 빈 거리를 걸을 때도 있어요. 어떤 때는 유난히 자전거 타는 사람만 마주칠 때도 있고요. 그런 상황에 맞춰 셔터를 누르거나, 어떤 장면이 나와주기를 바라면서 촬영에 임해요. 우연히 마주한 것에서 탄생한 결과물이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보다 매력적인 경우가 더 많아서요. 그 뒤로는 후반 작업에 들어갑니다. 본연의 느낌을 살리고 싶으면 그대로 쓰기도 하지만, 대부분 노출이나 색조를 조정해서 원하는 느낌으로 보정해요. 비주얼 아트나 콜라주 같은 작업은 기존에 촬영한 사진을 재료로 삼아요. 몇 년 전에 촬영한 결과물과 최근의 결과물이 만나 또 하나의 재미있는 작업물이 탄생합니다.

작가님의 작업 세계가 궁금해요. 최근 작업 중 몇 가지를 예로 들어 주시겠어요?

개인 작업의 일환으로 서울 거리를 다니면서 마주했던 순간을 비주얼 아트로 표현했어요. 사진에 담긴 색을 모아 하나의 선으로 만들고, 그 선이 사진 속 인물과 사물 사이를 돌아다니는 연출을 시도했죠. 각 거리에 담긴 고유의 색깔과 현장의 인물이 함께 공존하는 장면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서울만이 지닌 색깔 또한 담아내고 싶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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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et Fighters›,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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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ke up›,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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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People›, 2023

작업을 통해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사진을 보는 분이 작업에 있는 모든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싶었어요. 그 당시의 순간을 저와 감상자가 함께 호흡하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요. 찰나의 순간에 숨 쉬던 빛과 어둠, 인물과 그림자, 그리고 색깔 등 모든 것을 함께 느끼길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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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Seoul Station›, 2023

(우) ‹Gwangjang Market›, 2024

(상) ‹Seoul Station›, 2023

(하) ‹Gwangjang Market›, 2024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이번 아트워크는 앞으로 진행하는 비주얼 아트 작업에 도움이 되는 밑거름으로 기능할 것 같아요. 동일한 기법이 아니더라도 응용하거나 비슷한 결의 아트워크를 작업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직 그렇다 할 아이디어가 떠오르진 않네요. 병행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그 와중에 무언가를 새로 창작하는 건 참 쉽지 않아요.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카메라가 아닌 눈으로 풍경을 담으면서 많이 걷습니다. 카메라는 찰나를 프레임에 가두지만, 사람의 눈은 그것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어요. 가끔 사람이 없는 자연에 가기도 하는데요. 도시에서 일하다가 머릿속에 온갖 것이 꽉 찬 느낌이 오면 자연으로 들어가서 머릿속을 비우거나 정리합니다. 컴퓨터의 디스크라고도 표현하고 싶어요. 디스크가 꽉 차면 작업할 수 없잖아요. 이런 시간은 제 일상에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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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 to you›, 2021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15년 만에 다시 격투기를 배우고 있어요. 사진 장비를 장시간 사용하려면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이제 슬슬 힘에 부치더라고요. 지구력과 정신력을 함께 기르려고 무던히 노력 중입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순간과 장소에서 미장센을 발견합니다. 나뭇잎을 모두 벗은 겨울나무의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얼어붙은 땅조차도 예술적으로 보여요. 머릿속에 잔잔한 영화 OST가 흘러나오면서요. 그래서인지 제 사진에는 시네마틱한 느낌과 다큐멘터리적 느낌이 함께 묻어나는 것 같아요. 거리에서 캔디드 포토candid photo를 촬영할 때도 그 찰나가 마치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것처럼 바라보며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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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th›,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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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No title›, 2021


(우) ‹Nowon District›, 2021

(상) ‹No title›, 2021


(하) ‹Nowon District›, 2021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한때 카메라가 애증의 물건인 적이 있었어요. 꼭 필요한 존재인데 참 아이러니한 상황인 거죠. 저는 슬럼프가 오면 애써 극복하려고 노력하지 않아요. 잠시 내려놓고 쉼을 가집니다. 그동안 보고 싶었지만 잊고 있던 걸작 영화를 하나씩 감상하면서 말이죠.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예요. 독일군 장교 앞에서 주인공이 연주하던 쇼팽 발라드의 선율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죽음의 문턱까지 이른 주인공의 디테일한 심리 표현과 연주의 조화가 정말 완벽했어요. 이런 영화를 감상하면 다시금 촬영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겨요. 그러면 커머셜이든 개인 작업이든 하나씩 차근차근 시작하는 거죠. 욕심을 많이 두지 않고요. 슬럼프는 단번에 극복하기 어려워요. 여유를 두고 천천히 이겨내면 언젠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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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meleon›, 2018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육체적인 건강. 마치 과제를 미루듯 소홀히 여기던 건강이 슬슬 육체를 통해 아픔을 호소하고 있어요. 정신없는 일정을 소화하면서 병원에 다니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치료보다 치료비가 더 무섭다’라는 말이 있던데요. 꾸준한 운동과 건강한 음식을 통해 몸 관리를 잘해야겠다고 다짐을 반복합니다.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다른 사람의 평가를 참고하되, 그게 전부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것.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곳을 다니는 것.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시겠어요?

무언가 오래 붙잡고 있는 일이 있다면, 하루 정도는 멈췄다가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믿어요. 짠 음식을 자주 먹다 보면 그 맛에 익숙해져서 나중에는 이게 짠 건지 잘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이처럼 창작에서도 하나를 너무 오래 붙잡고 있으면, 감을 잃을 수 있어요. 잠시 멀어졌다가 다시 돌아오면 놓친 부분을 발견하면서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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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Man›, 2021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모든 창작자에게 자극제와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 새로운 창작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욕과 자극을 불어 넣는 존재가 될 수 있다면 이만한 기쁨이 또 있을까요?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

Artist

이경호(@w3rsip)는 서울에 거주하는 스트리트 포토그래퍼이자 비디오그래퍼다. 비주얼 아트를 주로 작업하며, 책 표지, 앨범 커버, 카메라 및 장비 광고, 룩북 등을 촬영하고 편집하기도 한다.

창작은 무궁무진한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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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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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장지선 작가는 장신구를 만들어요. 근데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장신구의 범주를 훌쩍 넘은 기분이에요. 이게 장신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전위적이라 어디 모셔두고 구경하는 오브제로 다가오거든요. 이런 편견의 경계를 허물고 싶은 마음으로 그는 다양한 재료와 형태를 추구한답니다. 다만 치장과 장착이 가능한 최소한의 선은 지키면서요. 마치 유기적인 생명체의 골격과 움직임이 연상되는 그의 작업은 실제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것만 같지만 머릿속에서 형용할 수 없이 떠오르는 유연하고 생동감 넘치는 무언가를 점, 선, 면으로 기록하고 이를 발전시킨 결과물에 가까워요. 이때 중요한 건 틀에 가두지 말고 매 순간 변동하는 형태를 보듬으며 키워나가는 거예요. 가만히 있어도 끊임없이 변형하고 움직이는 것을 하나로 특정하는 순간 여기에 가득 찬 생명력이 금세 증발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장지선 작가는 평소에도 지나치게 많은 것을 계획하고 고민하기를 지양하는 편입니다. 고민할수록 오히려 본질에서 멀어지는 것보단 순간의 영감을 잘 증폭할 수 있도록 평소 자신을 최대한 말랑하게 만들어 놓고 차례차례 집중하는 거죠. 정답이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창작이야말로 무궁무진한 행위라고 믿는 장지선 작가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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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3, sculpey, chrome effect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공예 작업을 하는 장지선입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초등학생 때였나, 엄마가 보내주신 음악학원에 다닐 때였어요. 사실 저는 그 옆에 있는 미술학원에 너무나도 다니고 싶었어요. 아이들의 온갖 세상을 담은 형형색색 복도가 자꾸 제 발을 잡았죠. 음악학원이 끝나고 나면 복도에 걸린 친구들의 그림을 한참 구경하다 집에 돌아가곤 했어요. 미술학원 문에 달린 작은 구멍으로 안을 몰래 구경한 적도 있답니다. 그렇게 악기 하나쯤 다를 줄 알았으면 하던 엄마의 바람을 뒤로하고, 떼를 쓰고 써서 아파트 상가의 조그만 미술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형태를 만들고, 색을 입히는 재료는 너무나도 다양하잖아요. 저는 그것을 이용해 새로움이 탄생하는 순간을 애정했어요. 그 짜릿함에 매료되어 많은 재료와 기법을 다루길 끊임없이 원했죠. 그 덕에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저는 생각보다 다양한 모습으로 자라온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다가 디자인을 전공하고,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도예를 했지만, 지금은 또 금속을 다루고 있을지 누가 알았겠어요.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주로 생명체의 생김새에 집중하곤 해요. 골격과 기능 같은 요소에 집중하다 보면 자꾸 형용할 수 없는 ‘어떠한 움직임’을 연상하게 돼요. 그리고 그 움직임의 대상은 인간, 동물, 식물을 넘어 불특정 생명체에까지 이르러 뻗어나가곤 합니다. 상상이 낳은 것이 특히나 많은데요. 사실 세상 어딘가에는 꼭 존재할 것만 같아요. 이 모든 흥미로운 생각이 제 영감 덩어리입니다. (지독한 N이라서 행복한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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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풀 뼈›, 2024, si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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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23, sculpey, chrome effect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불특정한 생명체가 지닌 골격의 구조와 기능 등을 머릿속에서 펼치다 보면, 별 희한한 게 스멀스멀 올라오고는 해요. 이를 먼저 점, 선, 면으로 구체화하는데요. 주로 유연하고 생동감 넘치는 생김새를 가지는 편입니다. 이렇듯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동시에 존재하는 수많은 것이 모습을 드러내면 저는 이를 실제 구현해 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요. 그 과정이 작업의 원천이자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이후로는 정말 그냥 냅다 작업을 시작해요. ‘다음 형태는? 다음 작업 순서는?’ 모두 즉석에서 정하면서 바로 실행에 옮기며 형태를 키워나가죠. 그렇지 않으면 형태가 바뀌거든요. 마치 가만히 있어도 몸 안의 세포가 저를 위해 끊임없이 변형하고 움직이는 현상과 비슷해요. 그래서 번뜩 떠오르는 것을 곧바로 연결해 작업하는 걸 대체로 선호하는 편이에요. 가장 큰 틀의 제도 정도는 해주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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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023, sculpey, chrome 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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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023, sculpey, chrome effect

작업을 통해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재료와 분야의 경계를 조금은 허물고 싶은 것 같아요. ‘이렇게도 착용할 수 있구나, 이런 형태의 액세서리도 있구나’ 등의 문장을 떠오를 수 있도록요. 제 작업물을 보면 아시겠지만, 일반적으로 흔히 보이는 장신구와는 거리가 조금 있어요. 오브제라고 부르는 게 더 편할 정도입니다. 용도보다 형태에 먼저 집중하는 작업의 방향성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해요.

 

최근 작업물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게 타이 가드인데요. 넥타이 매듭 부분에 착용하는 홀더입니다. 흔히 착용하지 않는 장신구라서 오히려 더욱더 특별하게 제작하고 싶었어요. 주얼리, 내지는 장신구는 몸에 치장 또는 장착할 수 있는 물건을 의미해요. 최근 제가 다루는 실버도 주얼리에 흔히 사용하는 재료이고요. 그래서인지 제 작업의 방향성과 이런 재료를 더하고 싶은 욕심이 나는 것 같아요.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원하는 형태를 구현해 내면서도 치장과 장착이 가능한 주얼리의 정의를 지키는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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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2023, sculpey, chrome 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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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가드›, 2024, silver

해당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만족과 불만족이라기보다는, 아직은 좀 더 많은 것을 습득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요즘 만지는 재료를 다루게 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보다 더 다양한 작업을 위해서 경험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켜봐 주시면 감사합니다.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좋음과 나쁨의 중간을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요. 뭐든지 중간, 보통이 가장 어렵다고 하잖아요. 실제로도 그렇더라고요. 지나치게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게 그 중간 어느 선에서 일상을 보내고 싶어요. 저는 이를 가능케 하는 작고 소중한 방식을 알고 있지만 사실 요즘 힘에 부치는 일이 점점 많아져서 그런지 소소한 행복으로 하루를 중화시킬 수 있는 방식을 더 많이 찾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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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풀 골다공증›, 2024, si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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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구멍›, 2024, silver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트렌드인 것 같아요.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관심을 두는 건 아니고요. 트렌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진부하지지 않으려면 더욱더 자세하게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저만 만족하는 작업을 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작업의 결과물보다는 과정에 많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저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 지나치게 많은 것을 계획하고 고민하지 않으려고 해요.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면 오히려 여러모로 본질에서 멀어지는 느낌이 강하게 들거든요. 그냥 순간에 찾아오는 생각이 잘 증폭할 수 있도록 먼저 저 자신을 말랑하게 만들어 놓은 다음 차례차례 집중하고 쏟아내는 편입니다. 제 삶을 대하는 방식도 비슷한 거 같아요. 저는 매 순간과 가까이 지내고 싶거든요. 늘 계획대로 정확하게 움직이진 못하더라도, 주어진 상황에 집중하며 자연스레 녹아들고 싶어요. 그렇게 삶을 유쾌하게 전개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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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2023, sculpey, chrome effect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사실 커다랗게 슬럼프가 온 적은 없었어요. 굳이 꼽자면, 도태되는 상황을 인지할 때 스멀스멀 좋지 않은 게 올라오는 느낌이 와요. 그럴 때에는 변화를 줄 수 있는 큰 결정을 하나 하곤 해요. 우리는 늘 다양한 상황과 이슈에 놓여 있는데, 가끔 불행히도 좋지 않은 것만 잔뜩 겹칠 때도 있거든요. 이를 모두 당장 해결하는 건 힘들지만, 생각보다 서로 연결된 것들도 있답니다. 이를 위해 큰 결정을 하나 내리는 거죠. 그러고 나면 몇 개가 풀리고, 자연스레 다른 것도 해결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 숫자 슬라이딩 게임판과 비슷해요. 숫자 배열을 완성할 때까지 한참 남은 것 같은데 위치 하나가 바뀌면서 순식간에 막혔던 다른 배열이 맞춰지는 원리랄까요.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주얼리 브랜드를 준비 중인데, 기깔나는 이름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서 괴로워요. 입체 착착 붙으면 좋겠는데, 많이들 추천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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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풀 골다공증›, 2024, si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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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번호 1부터 4›, 2024, silver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창작은 무궁무진한 행위예요. 정답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이런 사실을 몸과 마음에 항상 지니고 있는 게, 적어도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태도인 것 같아요. 이렇게 마음가짐을 먹으면 오히려 정확한 정답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다양한 것을 수용하도록 도와서 폭넓은 작업이 가능해진답니다. 그리고 오만해지지 않을 수 있어요.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글쎄요. 노하우 팁이랄 게 있을까 모르겠어요. 창작자에게는 각자만의 방식과 기준이 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을 살짝 밝히자면, 그 방식과 기준을 좀 더 믿고 과감하게 실행에 옮겨도 좋겠다는 거예요. 가끔 다음 작업의 시작이 더딜 때가 있는데요. 일단 시작하면 뭐라도 나오긴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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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2023, sculpey, chrome 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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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2023, sculpey, chrome effect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흥미로운 사람.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작가님, 브랜드 이름을 정말 잘 지으셨네요.”

Artist

장지선(@jangjiseon_)은 서울에서 활동하며 희한한 주얼리를 제작한다. 올해 독립적인 브랜드 런칭을 준비 중이다.

행복을 만드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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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활동하는 페이유 작가는 6년 전부터 창작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어엿이 작은 브랜드를 운영하며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지금에 이르기까지 불안과 행복 사이에서 고민도 많았답니다. 이런 그를 지탱한 건 바로 행복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자기 일을 ‘행복 만들기’로 정의하는 페이유 작가는 다른 이들이 그의 작업을 통해 행복한 추억과 미소, 따뜻하고 사랑받는 느낌, 평화로운 기쁨을 얻길 마음 깊이 기원해요. 사람마다 능력이 개화하는 시기가 다르고, 성공의 일부는 운에 달렸기 때문에 노력을 강조하는데요. 끈기 있게 지속하다 보면 언젠가 포텐이 터지는 걸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오롯이 믿는 용기의 중요성을 알려 주는  페이유 작가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01_Pei Yu(dogmilktea), ‹welcome my bread world›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페이유Pei-Yu입니다. ‘해피Happy’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은 본명보다 해피라고 더 자주 불러요. 사실 해피는 제가 그리는 강아지 이름인데요. 가끔 사람이 되기도 하는 이 친구의 내면은 본질적으로 저와 무척 닮았어요. 현재 ‘도그밀크티dogmilktea’라는 작은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액세서리, 홈웨어 등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저는 지난 2018년 대학생일 때부터 창작자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초심을 유지하며 그림을 그리고, 찰흙을 반죽하고,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 인터넷에 올리는 아주 단순한 작업이었어요. 그 후 진 이벤트, 마켓 활동 등에 참여하며 조금씩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작업을 시작하게 된 마음 기저에는 단순히 저 자신이 행복하고 싶은 마음이 존재했어요. 예명이 ‘행복(happy)’인 이유에요. 학창 시절, 세상과 인생, 미래에 대한 고민과 혼란을 많이 겪었어요. 쉽게 말해, 우울하고 불만이 많았죠. 창작 활동을 시작하면서 철학 관련 책을 많이 읽게 됐고, 저 자신과 대화를 나누며 스스로를 좀 더 폭넓게 이해하고, 더욱더 밝은 사람이 되었어요. 명랑해졌다기보다는, 마음을 다스리고 내면의 평화를 얻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02_PeiYu, ‹light me up collection 02›, ‹314days lover-Mrs. fries›

 (좌) ‹light me up collection 02›


(우) ‹314days lover-Mrs. fries›

03_Pei Yu(dogmilktea), ‹book a love today›

‹book a love today›

04_Pei-Yudogmilktea-‹our-faith›

‹our faith›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약 2~3년 전에 독립해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작업을 병행하고 있어요. 12㎡ 정도 되는 작고 단순한 공간이지만 꼭 필요한 곳은 모두 갖추고 있답니다! 천장이 높고, 유리창이 커서 채광이 참 좋아요. 덕분에 외출을 자주 하지 않게 되네요. (웃음) 사실 제가 필요한 작업 공간은 무척 단순해요. 가끔 큼지막한 작업을 만들 수 있는 적당한 테이블과 이동하기에 충분하면 되거든요. 키가 큰 캐비닛 3개에 온갖 재료가 가득 들어있는데, 다양한 매체로 작업하는 걸 좋아하는 제게 딱입니다. 재료만 주어지면 언제든 만들고 싶은 걸 바로 실험할 수 있어서 좋아요. 베이킹을 좋아하는데 아직 전용 공간을 따로 갖추진 못했어요. 그래서 테이블에서 간단하게 시도 중이에요.

05_Pei Yu(dogmilktea), 작업실 전경

작업실 전경

06_Pei Yu(dogmilktea), ‹a cup of happy›, 2023

‹a cup of happy›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일상이 모든 영감의 원천입니다. 저는 공원과 도서관을 무척 좋아해요. 책, 영화, 음악 이 모든 게 제게 영향을 미치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제 삶 속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이에요. 예를 들어, 오늘 어떤 친구를 만나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가 많은 생각거리를 물어다 주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주저하거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도 거의 없어요. 다양한 영감과 문득 떠오르는 발상을 노트에 적어두거든요. 영감 때문에 고민된다면 일기를 쓰고 생각을 기록하는 일을 시도해 보세요. 지속적으로 하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봐요.

07_Pei Yu(dogmilktea), ‹every small moment is a big treasure›, 2023

‹every small moment is a big treasure›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하고 싶은 게 불현듯 떠오를 때가 잦아요. 그래서 만들면서 동시에 수정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대략적인 윤곽이 그려지는 대로 바로 실행에 옮기기도 합니다. 실험적인 경향이 강하지만, 제 나름의 방법으로 흡수하면 꽤나 유용한 프로세스로 기능해요. 가끔은 초반에 이야기를 모두 완성하고 작업을 진행하기도 하는데요. 마치 시나리오를 쓴 후, 제가 배우와 감독 역할을 맡는 것과 비슷해요. 어찌 됐든 저는 작업하는 과정이 즐거워요.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집중하면서 행복감을 느낍니다.

08_Pei Yu(dogmilktea), ‹We are your Home, you’re not alone›.jpg

‹we are your home, you’re not alone›

«A whisper, resonance, secret in spring» 포스터, 2024

작가님의 작업 세계가 궁금해요. 최근 작업 중 몇 가지를 예로 들어 주시겠어요?

얼마 전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었는데, 이를 위해 레진과 복합 매체를 결합한 부조 시리즈를 만들었어요. 이 반(半)입체 작업의 이름은 ‘공명(resonance)’인데요. 라면을 먹다가 친구를 바라볼 때, 우유 거품을 잔뜩 올린 밀크티를 마실 때 등등 제가 좋아하는 삶의 작은 순간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의미로 구성했어요. 최근에는 작년에 작업한 ‘라이트 미 업Light Me Up’이라는 이름의 작은 램프 홀더 컬렉션을 새롭게 제작 중이에요. 직접 실리콘 틀을 만들어 레진을 채우고 광택을 내어 색을 입히는 과정을 거쳐요. 저는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바로 눈에 띄는 작은 사물을 만드는 걸 좋아해요. 마치 ‘행복을 만드는 일’로 다가오거든요.

09_Pei Yu(dogmilktea), «A whisper, resonance, secret in spring», 2024, PRNT

«A whisper, resonance, secret in spring», 2024, PRNT

10_Pei Yu(dogmilktea), ‹resonance›, 2024

«A whisper, resonance, secret in spring», 2024, PRNT

11_Pei Yu(dogmilktea)_‹light me up collection 01›

‹light me up collection 01›

작업을 통해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단순함과 순수함입니다. 올해로 창작자의 길을 걸은 지 6년 차에 접어들면서 초심을 생각하고 있어요. 창작을 업으로 삼아 오랫동안 생계를 유지하는 건 우리 사회에서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래서 가장 순수하게 저를 고양하는 창작 과정을 재발견하고 싶어요. 우리는 모두 행복을 만들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진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해요. 창작자로서 창의성, 인식, 행복을 핵심 가치로 삼는 이유입니다.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저는 보통 스스로 만족할 만한 단계에 도달하면 작품을 완결짓는 편이에요. 물론 몇 년 후에 돌아보면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지만, 지금 내리는 모든 결정을 믿으려고 노력합니다. 매번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큰 후회나 불만은 없어요. 사실 이런 확신과 자신감이야말로 작업할 때 무척 중요한 것 같아요. 처음에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굳게 믿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12_Pei Yu(dogmilktea)_‹garden rose tour›

‹garden rose tour›

13_Pei Yu(dogmilktea)_‹garden rose tour›

‹garden rose tour›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꽤 루틴한 사람이에요. 운동은 그렇지 못하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요. (웃음) 보통 아침 8시 전에 일어나서 오전 시간에 가장 중요한 일을 끝내려고 노력합니다. 이메일에 답장하다 보면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가요. 점심시간에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는데요. 대학 다닐 때 ‹런닝맨›, K팝 아이돌 세븐틴이 나오는 ‹고잉 세븐틴Going Seventeen›의 찐팬이었어요. 이제 오후가 되면 일을 다시 시작하죠. 사실 저는 일중독에 가까워요. 때로는 저녁 9시가 넘어도 일하는 걸 멈추지 않거든요. 1~2년 전에야 제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깨달았어요. 그전에는 단순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죠. 특별히 약속을 잡지 않으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지만, 나이트클럽이나 술처럼 저를 유혹하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밀크티에요. 시간이 나면 밀크티 가게에 가서 잠시나마 여유를 즐겨요. 한국 사람이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것처럼 대만 사람도 밀크티를 무척이나 애정한답니다. 혼자 살다 보니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도 있지만 웬만하면 세 끼 직접 만들어 먹는 걸 좋아해요. 요즘은 12시 전에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 중입니다. 매일 반복적으로 지내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매번 새롭고 다른 면이 존재해요.

14_Pei Yu(dogmilktea)_‹my breakfast plate›,‹happy mochi›

(좌) ‹my breakfast plate›

(우) ‹happy mochi›

15_Pei Yu(dogmilktea)_‹happy cookie›

‹happy cookie›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최근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어요. 기회가 된다면 예술기관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시를 경험하고 싶어요. 아직 30살은 아니지만 이제 곧 문턱에 들어서거든요. 심신이 건강할 때 더 많은 곳을 방문하고 다양한 문화와 세계를 접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 스터디 투어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많이 모으고 있습니다. 혹시 한국에서 그런 기회가 있다면 꼭 참여하고 싶네요!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저는 작업을 통해 행복과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게 최종적인 목표인데요. 사람들이 제 작업을 보고서 맑고, 행복하고, 즐겁다는 반응을 보일 때면 놀라곤 해요. 특히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고 할 때요. 제 단편 만화를 본 분이라면 제가 늘 긍정적인 말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아실 테니까요. 인생이란 항상 밝을 순 없지만, 그렇다고 어둡기만 하지도 않아요. 트라우마와 그늘진 부분을 포용하고 개인의 경험을 이야기로 승화시키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작년에 출간한 300페이지 분량의 단편만화집 『바이워드byword』은 인생의 다양한 관점을 다루고 있는데요.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시길 권해요.

16_Pei Yu(dogmilktea)_『BYWORD』

『Byword』, 2023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모든 창작자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는 돈이라고 생각해요. 부유한 집 자식이 아니면 일반적으로 창작자가 윤택하게 살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저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학생 때도 아르바이트를 쉬지 않았어요. 졸업 후에는 밀크티 가게 직원, 단기 미술 교사, 디자이너 의류 브랜드 인턴 등을 거치며 정규직으로 일한 적도 없고요. 그래서 창작을 업으로 삼아 브랜드를 운영하기로 결심하기까지 불안한 마음이 컸답니다. 프리랜서 신분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지속적으로 얻는 건 쉽지 않잖아요. 하지만 일단 전념하기로 마음먹고 방향을 찾으니까 결국 지금까지 이어오면서 자급자족을 꿈꾸게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