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가 뭔가요. 그냥 살아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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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예술공동체 진달래&박우혁은 올해로 결성 20주년을 맞습니다. 그래픽 디자인으로 시작해 자립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작업자의 성향을 키워갔고, 자연스레 미술 쪽도 겸하게 되자 지금은 그래픽, 설치, 영상, 사운드,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에요. 이들의 특징을 하나 꼽아보라면 꾸준함 같아요. 반복, 변주, 중첩 등 규칙과 관련된 여러 개념을 오랜 기간 탐구하면서 계속 실험을 지속했거든요.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작업을 열심히 하다 보면 가끔 꿈에서 해답이 보일 정도라니, 이만큼 발전하려면 스스로 충분히 만족할 때까지 끊임없이 시도하는 의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좋은 작업에는 어떤 기질이 있고, 이를 좀 더 표면화하는 데 힘을 다한다는 진달래&박우혁. 작업자의 소통 방식은 작업이라고 생각하는 그들의 띵언들을 아티클에서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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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박우혁: 코스모스» 포스터, 2023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그래픽, 설치, 영상, 사운드, 퍼포먼스 등의 매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작업을 하는 예술공동체, 진달래&박우혁입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진달래는 디자인 잡지 «디자인네트» 아트 디렉터로 활동했고, 박우혁은 1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디자인을 하다가 2004년부터 함께 작업하기 시작했어요. 당시 저희 모두 디자이너로 활동했기 때문에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 아르코미술관, 일민미술관, 서울문화재단 등을 위한 그래픽 디자인, 북 디자인 작업에 집중했는데요. 상수동에 스튜디오를 열면서 그동안 알게 모르게 디자인에 개입하던 일종의 ‘작업적’ 성향을 자립 프로젝트로 구현하기 시작했어요.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연구하는 신문 프로젝트 ‹아카이브안녕›이나 출판 프로젝트, 전시 기획 등이 대표적입니다. 비슷한 시기, 예기치 않게 금천예술공장 레지던시에 입주했는데요, 진달래가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했던지라 자연스럽게 설치, 영상, 사운드 매체에 접근하면서, 본격적으로 미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그래픽 디자인과 미술 사이에서 적당히 균형을 잡으며 작업을 지속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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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안녕›, 2011-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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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안녕›, 2011-2023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일상의 경험에서 작업의 실마리를 발견합니다. 진달래는 주로 책을 읽고, 박우혁은 뭔가 기억해 두려고 노력하죠. 평소에 하던 요가에서 어떤 규칙을 발견해 미술 작업으로 발전시키고, 그 생각을 견고히 하는 이론을 책에 찾습니다. 작업 주제가 ‘규칙’과 관련한 터라 우리 사회 어디서나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우연히 마주치는 것을 유심히 관찰하는 편입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디자인이 사회를 해석하는 일이라면, 미술은 의문을 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할 때는 그 대상만을 관찰하고, 미술을 할 때는 이와 반대로 대상의 바깥을 바라봅니다. 구체적인 창작 과정을 묻는다면, 그냥 ‘열심히 한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네요.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열심히 하다 보면, 가끔 꿈에서 해답이 보이곤 해요.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먼저, 작년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극장 Post Media and Site»를 위한 전시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했습니다. 리노베이션을 앞둔 미술관이 제 공간을 적극적으로 연구하는 전시였는데, 저희는 참여 작가이면서 동시에 전시 그래픽 디자이너 역할을 맡았어요. 전시 정보의 타이포그래피적 배열을 통해 실제 전시 공간을 지면 공간으로 옮기려고 노력했는데요. 보통 이렇게 전시명을 작게 처리한 제안은 채택되지 않을 때가 많아서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최종 작업물로 구현할 수 있어서 만족감이 큰 작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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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Post Media and Site› 포스터, 2023

진달래&박우혁

‹극장Post Media and Site› 리플렛, 2023

‹극장Post Media and Site› 리플렛, 2023

‹물 마늘 양파 우유 과일›은 2021년 진행한 동명의 개인전에 출품한 영상작업입니다. 보통 저희 작업은 장소 특정적인 특성을 띠기 때문에 전시 공간을 면밀히 해석하고 해당 공간에 적합한 설치, 영상, 사운드, 퍼포먼스 등으로 구현하는데요. 이런 작업은 장소가 변하면 온전히 다시 보여줄 수 없다는 게 단점입니다. 특히나 저희 작업은 대개 규모가 커서 이동하거나 재설치하기가 어려워요. 퍼포먼스는 전시 현장에서 직접 보아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고요. 기록 영상의 한계도 분명해서 어려움이 더욱 많습니다. ‹물 마늘 양파 우유 과일›은 앞서 말한 단점을 보완하고자 설치와 퍼포먼스를 영상화한 첫 시도였는데요. 국립현대미술관에 영구 소장되어서 저희에게 의미가 큰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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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마늘 양파 우유 과일Water Garlic Onion Milk Fruit›, 2021

철학 공부 모임이면서 출판사이기도 한 전기가오리의 『스탠퍼드 철학백과의 항목들』 시리즈를 2021년부터 계속 작업하고 있습니다. 비정기로 간행하는 전집 형태인데요. 여러 주제의 철학 원고를 그래픽으로 해석한 추상적 이미지를 각 권의 표지로 삼습니다. 대개 보이지 않는 모듈을 기초로 만들어지는데요. 그런 기초 없이 자유로운 형태가 탄생할 때도 있어요. ‘각 권의 디자인은 모두 다르게’를 디자인의 기조로 삼고, 매번 새로운 그래픽을 시도합니다. 시리즈를 특별히 선호하는 데다, 절대적인 작업의 자유가 주어지는 터라 열심히, 매우 즐겁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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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 철학백과의 항목들 『결과주의』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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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 철학백과의 항목들 『인간 장기 기증』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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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 철학백과의 항목들 『화용론』 표지

작년 서울디자인재단의 초대로 DDP에서 «진달래&박우혁: 코스모스»란 이름의 개인전을 열었어요. 대개 저희 전시는 대부분 어느 미술관에 초대되어 전시 주제에 따라 미술작품을 구성하는 편이에요. 또 미술 작업이 아니라 디자인 전시에 참여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죠. 그래서 DDP에서의 개인전은 그동안의 디자인 작업을 모두 모았다는 점에서 무척 의미 있는 전시였습니다. 그간의 시간과 노력이 떠올라 남몰래 눈물을…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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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박우혁: 코스모스»,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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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박우혁: 코스모스»,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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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박우혁: 코스모스», 2023

‹아카이브안녕›은 2011년 자립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꾸준히 만들고 있는 신문 형식의 프로젝트입니다. 이름 그대로 저희 관심을 기록하고 아카이브하는 프로젝트인데요. 때로는 전시 작품으로서 전시장에 전시하기도 하고, 특별히 관심을 두는 이슈를 기록하기도 하는 등 매 신문마다 다른 내용과 디자인으로 만들었어요. 비정기로 간행한 게 현재 21호까지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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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안녕›, 2011-2023

‹의미있는 형식들›은 2022년 플랫폼엘에서 열린 동명의 개인전에서 소개한 작업입니다. 총 여덟 개의 스테이지로 구성한 설치, 영상, 사운드, 퍼포먼스 작업인데요. 동일한 퍼포먼스, 사운드, 무대 구성이 각 스테이지마다 다르게 변주됩니다. 저희가 오랜 기간 탐구한 주제인 반복, 변주, 중첩을 여덟 회 반복하는 병렬식 퍼포먼스로 실험했어요. 어느 한 시점을 재조합, 중첩, 변주하는 과정은 공간을 거대한 무대로 변모케 하고, 새롭게 구축된 체계에서 장면 구성, 대본, 사운드, 움직임, 무대 장치와 조명은 전체의 구성요소로 작동합니다.

‹의미있는 형식들SiGNIFICANT FORMS›,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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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있는 형식들SiGNIFICANT FORMS›, 2022

『TAPAS』는 2022년 발간한 나카가와 히데코의 타파스 요리책인데요. ‘책다운 책이란 무엇일까?’에 초점을 맞춰 디자인했습니다. 글과 사진을 배열하고, 무선 제본이나 양장본을 하고, 서점에서 눈에 잘 띄게 표지를 디자인하는 일이 올바른 북 디자인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내용과 책이 이루는 합에 대해서 오래 고민했어요. 오랫동안 보관하고 싶고, 가지고 싶은 책을 지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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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PAS』, 2022

‹마스터플랜: 화합과 전진›은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올림픽 이펙트: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에 참여한 작업입니다. 1988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해, 우리나라는 사회 전반에 걸쳐 규격화, 선진화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는데요. 특히 당시 건설한 거대한 아파트 단지, 공원, 스타디움 등의 건축물과 공공 디자인 체계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직간접적으로 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저희는 당시 시스템이 남긴 잔상과 건축, 디자인 패턴을 중첩해 시간, 운동, 소리, 구조가 결합된 가상의 무대를 중앙홀에 연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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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플랜: 화합과 전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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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플랜: 화합과 전진›, 2020

2021년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의 제목을 빌린 전시회를 위해 그래픽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 지닌 중첩 및 반복되는 구조적 특성, 시작과 끝이 없는 반복, 비선형 구성, 대칭, 무대, 앞면과 뒷면 등 다양한 내용적 특성을 주제 삼아 디자인했어요. 흥미로운 주제와 소재는 디자인 작업을 흥미진진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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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도시들» 포스터, 2021

«보이지 않는 도시들», 2021

‹2022 오딧세이-시간의 궤도에서›는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의 커미션 작업입니다. 지난 10년을 통과하며 우리 사회가 직면했던 주목할 만한 현실을 구체적이거나 추상적으로 치환한 일종의 기록 설치 영상 작업인데요. 역사적이거나 충격적인 일들은 매번 그 기록을 갱신하고,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 같던 기억은 금세 소멸하곤 합니다. 예술가의 눈으로 바라본 10년은 낯설고 난해한 형태가 복잡하게 얽힌 가상의 공간으로 재구성되어 미술관으로 옮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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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오딧세이-시간의 궤도에서›, 2022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산업으로만 소비되는 디자인이나 작업이 아니라, 무엇인가 기억에 남는 작업, 스스로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작업을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좋은 작업에는 어떤 기질(?)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저희는 그런 기질이 좀 더 표면화되는 데 힘을 다합니다.

해당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디자인에 있어서는 꽤 오랫동안 화려한 작업이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그런 작업에 약간 피로감을 느껴왔기에, 최근에는 좀 더 힘 있고, 단순하고(?), 또렷한 작업을 시도하는 일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반면, 디자인이란 게 늘 그렇듯이, 우리 의도가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삐끗하면서 변질되는 경우가 생기니까요.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불만족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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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안녕›, 2011-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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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안녕›, 2011-2023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요즘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앞으로 10년 동안 뭘 하면 좋을지 고민 중이에요. 미루고 미뤄둔, 하고 싶었던 프로젝트에 온전히 매달려 볼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태도와 관련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작업자는 작업으로 말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소통 방식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특히 작업자의 소통 방식은 작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작업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작업이고…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그래픽디자인, 2023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슬럼프가 뭔가요. 그냥 살아가야죠.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시겠어요?

아무거나 꾸준히 하면 아무거나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건, 가장 행복한 일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불행한 일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래도 불행보다는 행복이 조금더 크지 않을까요?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누구라도 기억해 준다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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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박우혁: 코스모스», 2023

Artist

예술공동체 진달래&박우혁은 가시적 세계의 보편적 원리와 현상을 정의하는 사회, 문화적 태도를 미시적으로 관찰하고 재구성하는 동시에 비가시적 세계에 대한 낙관적인 직관을 평면, 영상, 설치, 퍼포먼스, 기록물 등 여러 형식을 통해 보여준다. 예측가능한 서사를 배제한 추상적이며 강박적인 장면이 두드러지는 진달래&박우혁의 작업은 경험적이며 상대적인 시간을 매개로 개인의 잠재된 감각과 기억을 자극해 능동적 사유와 인식의 눈으로 세계의 질서와 시공간을 바라보게 돕는다. 진달래는 홍익대학교에서 조소와 디자인을 공부했고, 예술 프로젝트 ‹아카이브안녕›의 기획자이며, 스튜디오 타입페이지의 대표다. 박우혁은 홍익대학교와 바젤디자인학교에서 디자인을 공부했고,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다. 

개인전으로는 «진달래&박우혁: 코스모스»(DDP, 2022), «의미있는 형식들»(플랫폼엘, 2022), «물 마늘 양파 우유 과일»(공간 타이프, 2021), «AA 20 JIN & PARK»(wrm space, 2020), «Crescendo: DOT, DOT, DOT, DOT»(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18), «구체적인 예»(사루비아다방, 2016),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구슬모아당구장, 2015), «SIGNAL»(금천예술공장, 2014)을 열었다. «올해의 작가상 10년의 기록»(국립현대미술관, 2022),  «두비트 사이의 틈»(금천예술공장, 2021), «Circles in a circle»(부천아트벙커, 부천, 2021), «올림픽 이펙트: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국립현대미술관, 2020), «행복이 나를 찾는다»(세종미술관, 2020), «잠금해제»(민주인권기념관, 2019), «이동하는 예술가들-국제교환편»(국립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월, 2018), «빈 페이지»(금호미술관, 2017), «예기치않은»(국립현대미술관, 2016)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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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오요우 작가는 말해요. 우연히 일러스트레이션 의뢰를 맡게 되었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금도 이렇게 일하고 있다고요. 하지만 그의 작업을 접한 사람은 바로 알아차려요. 끊임없이 호출되며 부침 없이 일하는 비결 말이죠. 간단합니다. 그는 화려한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거든요. 작업을 완성한 후 시간을 두고 여러 번 들여다보면서 여전히 좋다는 확신이 들 때야 세상에 내어놓는 고집과 여유도 결국 매일 같이 숨 쉬듯 그리는 그의 꾸준함과 열정 덕분일 거예요. 내일의 나는 더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믿음으로 창작의 길을 달려가는 오요우 작가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면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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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BLIND›, 2023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오요우입니다. 이야기를 만들고 있어요 🙂 여름을 좋아합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우연히 일러스트레이션 의뢰를 맡게 되었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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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MEDIA›,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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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MEDIA›, 2022

작업 공간에 대해서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현재 집에서 작업하고 있어요. 오래된 아이맥과 타블렛 한 대가 놓인 작은 공간에서 일합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너무 진부한 질문인가요. (웃음)

과거의 기억, 언젠가 적어두었던 메모 등에서 얻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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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RED›, 2023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작업을 완성한 후 시간을 두고 여러 번 들여다봅니다. 그 이후에도 여전히 좋을 때 세상에 내어놓고 있어요. 하나의 창작물에 오래 머무르다 보면, 필요 이상으로 좋아 보일 때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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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산골영화제Muju Film Festival 포스터, 2023

작가님의 작업 세계가 궁금해요. 최근 작업 중 몇 가지를 예로 들어 주시겠어요?

‘The Gardeners’라는 제목으로 개인 작업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어요. 식물과 사람이 등장하는,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룰루레몬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를 위해 협업을 진행했어요. 한국적인 요소를 녹여낸 그래픽들을 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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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ardners(Ongoing)›,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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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lulemon, 2023

작업을 통해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The Gardeners› 시리즈는 결국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섬세하게 식물을 다루는 사람들을 늘어놓으면서 다양한 관계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해당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대체로 만족합니다 🙂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보통은 마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 종종 달리면서 건강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루틴한 생활을 지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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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SEM x OYOW, 2023

요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인가요?

독립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데 큰 관심을 두고 있어요.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은 클라이언트가 없으면 사실상 백수와 다를 바 없거든요. 운이 좋게도 오랜 시간 동안 끊임없이 사랑을 받아왔는데요. 스스로 꾸준히 창작을 유지해 나가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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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Bird›,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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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Bird›, 2022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제 가치관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는 태도를 견지해요. 대부분의 차별과 증오는 자신의 가치관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믿음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제 태도는 글이 없는 그림책으로, 모호한 상황이 연출되는 그림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조금 더 다양한 해석에 대해 열려있으면서, 무책임하지는 않은 방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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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Owls›,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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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Bird›, 2022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슬럼프가 온 적은 없습니다. 초긍정적인 성격도 한몫하겠지만, 아마도 매일 그림을 그리기 때문일 거예요. 내일의 나는 더 좋은 그림을 그릴 거라고 확신하거든요.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10년 동안 도무지 고장나지 않던 아이맥을 이제는 저세상으로 보내줘야 하는 걸까.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창작자는 꾸준한 창작물을 내놓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해요. 안 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언젠가 만나게 되어 있어요. 또한 지나간 것에 집착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과거의 영광을 신화화하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으니까요. 지난 작업은 대부분 제 손에 없고, 과거의 경력이나 작업물은 다시 들여다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좋은 창작물은 원체 수명이 길어서, 제가 돌보지 않아도 알아서 오래오래 살아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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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WDOWN›, 2023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신다면요?

글쎄요… 정말 좋아하는 일을 앞에 두고 타인의 팁이 굳이 필요할까요? 저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그림을 그리고 싶거든요.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늘 다음 행보가, 작업이 궁금한 작가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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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Owls›, 2020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마음 같아서는 지금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리고 싶어요. 그러다 갑자기 다리가 아파져 올 때 잠시 멈춰 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감탄하는 인생이라면 참 근사할 것 같네요.

‹ISSMEDIA›,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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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요우(@oyowwo). 이야기를 만듭니다. 여름을 좋아해요.

영원한 신의 것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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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원정백화점은 디지털 미디어와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독특한 작업을 합니다. 특히 신체 감각에 주목하며 ‘불온한 판타지’를 스크린과 육체로 끌어들이는 데 집중하는데요. 환상과 릴스처럼 잠깐 나타났다가 금세 소멸하는 것을 붙잡는 방법론으로 영원한 존재인 신의 것을 훔쳐 온다고 해요. 그래서 작품들은 서양 중세 종교화에서 자주 보이는 삼면화의 특성을 차용하고, 성경 구절을 사운드의 일부로 쓰고, 지극히 육체적인 체액과 혈흔, 염증을 신적 존재와 결부시키면서 불온한 천사와 조각난 천사와 대립하는 본능적인 몸에 대해 상상한답니다. 이때 인공지능으로 생성해 스크린에 나타나는 몸의 존재와 물리적인 공간에서 퍼포머가 실연하는 몸의 존재가 서로 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며 공존하는 상태가 무척 흥미롭답니다. ‘불온한 상태로도 존재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환상, 이미지, 욕망, 현실, 신체 감각을 탐험하는 이 신비한 창작자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01, 원정백화점, ઈ스킨케어신화ઉ

‹ઈ스킨케어신화ઉ› 퍼포먼스, 2022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원정백화점입니다. 서비스하거나 환상을 좇는 일을 합니다.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불온한 판타지를 몸과 스크린으로 끌어들입니다. 현재는 온라인과 온라인 밖에서의 신체 감각에 주목하고 있어요.

02, 원정백화점, ઈ스킨케어신화ઉ

‹ઈ스킨케어신화ઉ› 퍼포먼스, 2022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18년 ‹영적삶게임›이라는 보드게임을 만들어서 체험행사를 진행한 게 원정백화점의 첫 활동이었어요. 이벤트 형식에 맞춰 일회성으로 ‘원정백화점’이라는 이름을 만들어 사용했는데요. 그러면서 한동안 기존의 종교적 고민에 대한 작업이 아니라 백화점으로서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작업했어요. 현재는 그 시기와 생각과 작업이 다르지만 이름은 계속 쓰고 있습니다. ‹영적삶게임›이 종교적 고민에 대한 주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마지막 작업이라고 한다면, 지금은 종교적인 것에서 훔쳐 오고 있어요. 환상과 릴스처럼 금세 소멸하는 것을 붙잡기 위해서 영원한 신의 것을 훔쳐서 작업합니다.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아, 불과 얼마 전에 작업 공간을 이사했어요. 지금은 컴퓨터와 의상 정도만 구비한 상태이고, 거의 비어 있답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너무 진부한 질문인가요. (웃음)

걸으면서 떠올린 생각,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 그렸던 그림들, 썼다가 고민한 메모들, 유튜브에서 본 뮤직비디오, 블로그로 훔쳐본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일기, 학교와 학원과 극단과 교회에서 배운 것들, 실패하고 있는 운동, 인공지능에 의존해 만든 이미지, 최신 유행하는 패션 스타일에서 영향을 받아요.

03, 원정백화점, 하팃구리

‹하팃구리HEARTIGURI›, 2020 2022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드로잉과 메모에서 출발할 때가 가장 많아요. 창작자와 실연자로서 캐릭터를 구축하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합니다. 실행 과정에서 작업 내부에 어떤 캐릭터를 만들고 그것을 따라갔다가 벗어났다가 하는 과정이 존재해요. 예컨대 ‹ઈ스킨케어신화ઉ›라는 작업에서는 ‘신의 것을 훔치는 여자’라는 캐릭터를 생각하며 만들어 나갔죠. 그렇게 크게 붙잡을 수 있는 선을 하나 만들어두고, 그다음으로는 과정 중에 몸을 움직이며 변화에 적응해 나갑니다.

작가님의 작업 세계가 궁금해요. 최근 작업 중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ઈ스킨케어신화ઉ›(2022-2023)는 디지털 자아를 위한 현재 진행형 신화입니다. 소셜미디어에 E-girl의 모습으로 셀피를 올리면서 시작한 작업인데요. 서양 중세 종교화에서 보이는 삼면화(triptych) 같은 구조로 스크린을 설치하고 중앙에는 셀피가, 좌우로는 천사와 괴물 형상의 버추얼 이미지가 나옵니다. 작년부터 몇몇 공간에서 설치와 퍼포먼스 등 형태를 변형하면서 실연해 오고 있어요. 스크린 아래에서는 성경 구절을 낭독하는 소리와 클래식, 비트가 교차하는 사운드에 맞춰 춤을 추죠. 스크린 속 인물이 카메라 밖으로 시선을 던지는 데 반해, 그 아래에서 춤추는 인물은 신체 내부로 감각을 집중합니다.

04, 원정백화점, ઈ스킨케어신화ઉ

‹ઈ스킨케어신화ઉ›, 2022

05, 원정백화점, ઈ스킨케어신화ઉ

‹ઈ스킨케어신화ઉ› 퍼포먼스, 2023

06, 원정백화, _ઈ스킨케어신화ઉ

‹ઈ스킨케어신화ઉ› 퍼포먼스, 2023

‹ઈ스킨케어신화ઉ›가 스크린에 매끈한 피부처럼 붙어있는 상태라면, ‹탈락한 피부와 디지털 체액 편지›(2023)는 피부 내부에서 떨어지는 체액과 혈흔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설치물과 비디오, 퍼포머 등 작업의 구성 요소를 배치할 때 피부, 체액, 혈흔, 염증이 한데 모인 하나의 몸을 생성한다고 상상하며 구성했어요. 스크린에서는 몸이 마치 매끈한 피부처럼 시각적인 요소로 존재한다면, 공간에 현존하는 실제 몸은 촉각적이고 청각적인 상태에 가깝습니다. 디지털 세계의 이미지와 현실 공간의 신체가 대립항이 아니라, 뼈와 살처럼 함께 있는 느낌으로 인식하고 있어요.

07, 원정백화점, 탈락한-피부와-온라인-체액-편지

‹탈락한 피부와 온라인 체액 편지›, 2022

‹Pure Hymn›(2023)은 ‹ઈ스킨케어신화ઉ›의 찬송가로 신의 자리에 생긴 염증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체액의 사운드와 인공지능 사운드로 구성해 순수한 힘에 대한 찬양을 담았습니다. 성모 마리아의 신체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잉태하지 않고 그저 염증이 생긴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생명이 잉태하는 장소로 신화적 장소인 자궁은 염증이 발생하고 사라지는 물리적인 몸으로 존재합니다. 가장 환영받는 자리에 환영받지 못하는 물질이 생기고, 염증 걸린 불온한 천사들이 서로 의존하며 비행합니다.

08, 원정백화점, pure-hymn

‹Pure Hymn› MV 스틸 이미지, 2023

온라인에서 음악 앨범 및 뮤직비디오로 유통하는 ‹Pure Hymn›은 ‹염증을 위한 구유›(2024)에서 건물의 일부, 병풍 또는 벽지처럼 연하게 스크리닝 돼요. 바닥 중심에 위치한 구유에서는 계속해서 인공지능 제너레이팅을 통해 염증으로 변하는 천사의 몸이 등장하고, 둘러싼 공간과 기둥에는 조각난 천사의 몸으로 만든 금줄을 매었습니다. 바로 이곳에 염증을 맞이하러 온 두 몸이 등장하면서 퍼포먼스 ‹워워워십Worworworship›(2024)을 진행해요. 몸들의 괴물적이고 본능적인 에너지와 소리에 집중해 구성한 퍼포먼스입니다.

09, 원정백화점, Worworworship

‹워워워십Worworworship› 퍼포먼스, 2024

10, 원정백화점, Worworworship

‹워워워십Worworworship› 퍼포먼스, 2024

작업을 통해 작가님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디지털 자아는 자기 몸에 새로운 것을 붙이거나 삭제하면서 변신할 수 있는 자아인데요. 변신에 대한 욕망은 현실과 연결되어 육체와 밀착한다고 느껴요. 디지털 자아로 만날 수 있는 판타지적 이미지를 신체와 연결하려는 충동과 욕망에 대해서 생각한답니다. 스크린 안에서의 몸과 스크린 밖에서의 몸을 구성할 때, 서로 다른 에너지를 가진 캐릭터를 구축하고, 각 캐릭터가 반대편에서 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며 공존할 수 있도록 집중하기도 해요. 앞서 말한 ‹ઈ스킨케어신화ઉ›처럼요. 스크린 속 인물의 애교스러운 행동과 온몸의 에너지를 다 쓰는 듯한 공간 속 인물의 움직임을 함께 배치하고 싶은 면도 있고요. 이런 흐름은 ‹Pure Hymn›, 이와 엮이는 ‹워워워십›에서도 이어집니다. 스크리닝 되는 미디어의 몸들은 몽환적인 필터 속 이미지와 함께 존재하고, 퍼포먼스에 출현하는 몸은 물리적으로 존재하면서 신체적인 에너지에 집중해 움직입니다.

11, 원정백화점, Worworworship

‹워워워십Worworworship› 퍼포먼스, 2024

해당 작업을 진행하며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작업 과정 중에 발생하는 충동적인 생각들, 미리 기획한 범위 밖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을 좀 더 들여와서 작업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크게 정해진 루틴 없이 진행하는 작업에 따라 일정이 들쑥날쑥해요. 작업을 만들고, 작업을 위한 연습에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편이에요.

12, 원정백화점, 베드트레이닝

‹베드 트레이닝BED TRAINING› 퍼포먼스, 2023

요즘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낭만과 건강이요. 몽상적인 시간을 가지면서도 작업에 필요한 행정적인 업무까지 웬만큼 잘 처리하는 능력을 갖추고 싶네요.

자신이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아주 최근에는 정신적인 부분보다 육체적인 몸의 태도가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하게 돼요. 저에게는 자아 폐쇄적인 성향과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부여받았을 때 자아를 버리고 이를 충실히 수행하는 성향이 공존하기 때문에, 한동안 여느 과정들이 고생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닌 채 양다리 걸치듯 양쪽을 왔다 갔다 하는 상태가 작업에 묻어나는 것 같기도 해요.

13, 원정백화점, 가상공동설Virtual-Hollow

‹가상공동설Virtual Hollow› MV 스틸 이미지, 2023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저는 슬럼프가 육체적으로 발현되는 편이에요. ‹Pure Hymn›(2023)을 작업하는 과정에서 특히 몸 상태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 갑자기 촬영 2주 전부터 당시 복용하던 약의 부작용이 상당했어요. 울렁증이 계속 생겼거든요.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태로 일정을 처리했어요. 어지러울 때는 쉬었다가, 괜찮을 때 작업을 하는 등 결국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몸이 허락하는 만큼만 받아들이며 진행했는데요. 그때 ‘작업이 망한다는 건 어떤 걸까?’ 다시 생각해 보기도 했답니다. 그래서 이후에는 한동안 다른 일을 비우고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만 했어요. 정서적으로 평온하지 못할 때는 문장이나 단어들을 계속 써 내려갔고요. 그리고 수면을 좀 더 오래 취하는 법도 배웠어요. 이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마음먹기도 했고요. 어쨌거나 결국 다시 몰입할 수 있는 걸 찾았을 때, 그래도 평온해질 거라고 믿고 있답니다.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앞서 말한 대로, 컨디션 관리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불온한 상태로도 존재할 수 있다는 믿음? 정도가 있습니다.

14, 원정백화점, pure-hymn

‹Pure Hymn›, 2023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시겠어요?

토요일마다 ‘서울야생마’라는 모임을 가져요. 작업하면서 만나거나 극단에서 같이 활동한 멤버 세 명이 함께 막춤을 추려고 모였다가 어느날 정식으로 이름을 짓게 되었죠. 퍼포먼스와 연극, 움직임에 대한 관심을 함께 하고 있어요. 모임에서는 체력 훈련, 감정 훈련, 읽기, 글쓰기, 움직임 만들기, 즉흥, 마임 같은 걸 해요. 기존 멤버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함께 참여해서 연습하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모임은 열려있어요. 저는 작업 과정에서 최대한 건강한 에너지를 가질 수 있기를 열망해요. ‘불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도요. 혼자서는 어려울 때가 많은데, 모임에서는 건강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충실한 코스튬 플레이어 같은 느낌이면 좋을 것 같네요.

15, 원정백화점, 베드-트레이닝

‹베드 트레이닝BED TRAINING› 설치 전경, 2023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생각해 보면 저는 미래에 대한 그림이 터무니없이 막연한 사람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아주 가깝고 일상적인 곳에서 롤모델의 부재를 느꼈고, 제 몸 하나조차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 그려지지 않았어요. 최근에는 가까운 미래에 사람들이 어떻게 꾸밀지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면에서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을 통해 액세서리와 코스튬을 만들고 있답니다. ‘삭제된 세계’라는 제목으로 작업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제 이미지와 사운드 모두 인공지능으로 생성할 수 있는 세계에서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제너레이터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시작한 작업이에요. 인공지능의 생성물은 기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삼기 때문에 어떤 이미지가 많이 소비되고 인지되었는지 반영한 결과물이기도 하죠. 그래서 삭제된 세계의 작업자들은 그동안 덜 소비되고 인지된 물질을 인공지능으로 생성하는 과정을 거쳐 작업을 제작해 보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가까운 미래의 그림 중 하나를 그려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16, 원정백화점, Costumes-for-Conceiving-Inflammation-in-Place-of-God

‹Costumes for Conceiving Inflammation in Place of God›, 2023

17, 원정백화점, Costumes-for-Conceiving-Inflammation-in-Place-of-God

‹Costumes for Conceiving Inflammation in Place of God›,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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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백화점은 미디어 설치와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환상성을 지닌 이미지에 대한 욕망과 해당 이미지가 세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탐구한다. 최근 온라인과 온라인 밖에서의 신체 감각에 집중하고 있다. «THE CHAMBER»(2024, 캡션 서울), «끝에서 두 번째 세계»(2022, 하이트컬렉션), «올 투모로우즈 파티스»(2022, 아트스페이스3), «하팃구리 데뷔 쇼케이스»(2020, 아노브)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

배워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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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오혜진 작가는 대학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대학원에 들어갈 때까지 7~8년 동안 늘 슬럼프에 빠진 기분이라고 고백해요. 그래픽 디자인의 목적이 그저 보기 좋게 정리하는 건가, 현타가 쎄게 온 건데요. 지금 돌이켜보면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라고 딱 잘라 말해요. 왜냐하면 그에게 그래픽 디자인은 생계 수단이면서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이거든요. 그래서 매번 다른 내용을 다루는 프로젝트에서 기존에 해보지 않은 방법을 시도하기 위해 매번 리서치에 몰두하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을 배우며 권태로움이 스며드는 구석을 차단한답니다. 세상에는 배워야 할 게 지천이라 연차가 쌓여도 늘 시간이 부족하다는 그를 보니, 스스로 성장하는 사람의 미래가 너무나도 궁금해지네요. 오늘내일 차근차근 재미있는 작업을 동료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이 성실한 창작자의 이야기를 아티클에서 확인해 보세요.

MBR, cover, square1-1, 오혜진

『메이크 브레이크 리믹스: K-스타일의 부상(Make Break Remix: The Rise of K-Style)』표지, 2022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시각 언어를 바탕 삼은 여러 활동에 관심을 두고 그래픽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오혜진입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 만화를 좋아하면서 자연스럽게 미술대학에 지원하게 되었어요. 이후 그래픽 디자이너라는 직업으로 이어져 지금까지 지속하게 되었습니다.

Zip23, poster2, 2023, 오혜진

‹Zip’23 Festival› Poster, 2023

Zip23, poster, 2023-1, 오혜진

‹Zip’23 Festival› Poster, 2023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지난 2017년부터 IWMW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자매 건축가 친구들과 함께 사무실을 공유하고 있어요. 현재 위치는 서울역 근처인데요. 교통이 편리하고, 창문 바깥으로 서울로7017과 빌딩숲이 보입니다. 자연을 바라보지 않는 인공적인 도시 뷰 역시 꽤나 재미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면서 만족스럽게 잘 지내고 있어요.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정말 죄송하지만, 영감의 출처를 묻는 것은 다소 진부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다들 알잖아요. 영감이 어딨습니까…그냥 미친 듯이 계속하는 수밖에 없죠.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되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먼저 내용을 파악하고 이를 시각 언어로 어떻게 변환해서 보여줄 수 있을지 생각의 과정을 거칩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이 이런 행위를 번역에 비유하곤 해요.

‹수동타자기를 위한 레퀴엠› 내지 비디오, 2023

작가님의 작업 세계가 궁금한데요. 최근 작업 중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 주시겠어요?

저는 특정 매체와 분야에 한정해서 작업하기 보다는 재미있어 보이는 이런저런 기회가 생기면 경계 없이 해보려고 노력하는 타입이에요. 최근에는 주로 북 디자인, 이벤트 아이덴티티, 전시 참여 등을 꼽을 수 있는데요. 그중 작년에 진행한 작업 몇 가지를 말씀드려 볼게요. 북 디자인 중에서는 미메시스에서 출판한 건축사사무소 푸하하하프렌즈의 에세이집 『우리는 언제나 과정 속에 있다』, 시간의흐름에서 출판한 요나스 메카스의 『수동 타자기를 위한 레퀴엠』이 있어요. 키 비주얼을 만드는 아이덴티티 작업으로는 ‘오픈하우스서울 2023: 서울 산책’과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Zip’23’ 프로그램 디자인을 진행한 걸 꼽을 수 있고요. 작년 봄과 여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개최한 «젊은 모색 2023»과 wrm에서 열린 «릴레이 서재 #5» 전시에도 참여했답니다. 더불어 2022년부터 2년 동안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에서 발행하는 ‘KST 통신’이라는 뉴스레터 프로젝트를 신덕호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했습니다.

우리는-언제나-과정-속에-있다, 표지, 2023, 오혜진
우리는-언제나-과정-속에-있다, 표지, 2023-1, 오혜진

『우리는 언제나 과정 속에 있다』, 푸하하하프렌즈 지음, 미메시스

릴레이-서재1, 2023, 오혜진
릴레이-서재2, 2023, 오혜진

‹릴레이 서재›, 2023

수동-타자기를-위한-레퀴엠, 2023-1, 오혜진

‹수동 타자기를 위한 레퀴엠›, 2023

오픈하우스서울2023, 4

«오픈하우스 2023: 서울 산책» 아이덴티티, 2023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경계 없이 다양한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에 특히 자주 하는 것 같아요. 작년에 참여한 «젊은 모색 2023»만 하더라도, 그렇게 큰 전시장에서 설치의 디테일까지 스스로 진행한 적이 없었기에 공간에서 그래픽을 보여주는 방식에 대해 많이 고민했었어요. 그래도 참 재밌었죠. 저는 평면 기반의 작업을 주로 하지만, 보이는 방식을 공간이나 사물 등 다양한 매체로 확장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젊은 모색 2023 전시 작품 중 하나였던 ‹전시 기간›

젊은-모색, MMCA과천, 2023-1, 오혜진

«젊은 모색» MMCA과천, 2023

평소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제 일상은 매우 규칙적인 편이에요. 아침 8~9시쯤 일어나서 10시 전후로 사무실에 출근한 후, 저녁 6~7시 전후로 사무실을 나와요. 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저녁 9~12시 사이에 몇 가지 일 처리를 하다가 새벽 1시 전에 잠들곤 하죠. 재미없게 들릴 수 있지만, 사실 취미는 책 읽기입니다. (웃음) 평소에 사람도 거의 만나지 않고, 작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써요. 낮과 밤의 특징이 있다면, 손을 쓰며 집중적으로 작업해야 하는 일거리는 낮에 처리하고요. 저녁 이후의 시간에는 맥주나 와인을 곁들이면서 릴랙스한 기분으로 메일을 쓰거나, 수업 준비를 하곤 해요. 지금 인터뷰도 퇴근 후 집에서 와인 한잔 즐기면서 하는 건데요. (취중 인터뷰입니다…) 주말에도 별다른 약속이 없으면 평일과 그닥 다르지 않게 지낸답니다.

1-994, 오혜진

『디자인 정치학』, 2022

1-995, 오혜진

『디자인 정치학』, 2022

1-996, 오혜진

『디자인 정치학』, 2022

요즘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단연 운전입니다! 현재 초보운전 4개월 차인데요. 너무 무섭지만, 너무 재미있어요. 뚜벅이 시절에는 알지 못했던 세상 돌아가는 눈을 하나 더 장착한 것만 같아서 무척 기쁘네요. 평소에 일 외에는 거의 할 줄 아는 게 없는 터라, 인간으로서의 쓸모를 하나 만든 것 같아서 정말 뿌듯했습니다. 하하…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에는 어떻게 묻어나나요?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작업으로 묻어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오히려 작업에 대한 집착의 정도라면 혹 모르지만요. 일에 대해서 시간을 굉장히 많이 투자하고, 디테일에 집착하는 편이지만 그외에 제 다른 일상과 관계에 대해서는 별 고집부리지 않고, 심지어는 무심하기도 하거든요. 이를테면, 친구랑 밥 먹으러 어디로 갈지 논의할 때도 별로 주장하는 바가 없어요. 대체로 상대방 의견에 맞추곤 해요. 하지만 작업할 때는 다르죠. 제가 작업한 결과물로 상대를 최대한 설득하고, 제가 선택하는 걸 실현하려고 무진장 노력한답니다.

3, 3-1, 오혜진

‹l idiot utile› issue 0, 2022

작업 중에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대학 졸업 후 대학원에 들어가기 전까지 7~8년 동안 거의 슬럼프였어요. 그래픽 디자인이 그저 보기 좋게 정리하는 직업인가, 현타가 왔었는데요. 지금 돌아보면 철저한 무지에서 비롯된 생각이었죠. 지금 제게 그래픽 디자인은 생계 수단이면서 동시에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예요. 매번 다른 내용을 다루고, 리서치를 통해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방법을 시도하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을 배울 때가 많거든요. 결국 기계적이고 관습적인 태도로 익숙하게, 효율적으로 일을 다루다 보면 권태를 느낄 수밖에 없어요. 즉 평소에 해보지 않았던 방법을 모색하거나, 다뤄야 하는 주제에 대해 리서치를 깊게 하는 등 다양하게 학습하는 태도를 지닌다면 이 세상에는 배워야 할 게 산더미에요. 권태로워질 틈이 없죠. 그래서 저는 자기복제적 작업에 대해서 회의적인 편이에요.

‹전시 기간을 위한 다이어그램›, 2023_오혜진

‹전시 기간을 위한 다이어그램›, 2023

최근 들어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앞서 말한 대로 새로운 접근을 모색하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어요. 프로젝트 비용은 정해져 있는데, 제가 쓰는 시간은 늘어나니 늘상 적자인 이 기분 아시려나요. 경력이 쌓일수록, 점점 디자인 작업이 오래 걸리는 느낌이에요. 시간을 많이 쓰고, 좋은 작업을 만드는 만큼 비용도 커지면 좋겠는데, 디자인이란 게 늘상 결과물이 다르다 보니 리스크가 큰 분야라서 쉽지 않은 듯해요. 이를테면, 일러스트레이터나 작가들은 쭉 해오는 시각적인 시그니처가 있기 때문에 결과물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거든요. 디자인은 방법과 태도에 가깝기에 결과물이 뭐가 어떻게 될지 예측불허한 면이 커요.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배우는 자세입니다.

기억공간, 리플렛, 오혜진

«기억 공간» 리플렛, 2023

기억공간, 리플렛3-1, 오혜진

«기억 공간» 리플렛, 2023

기억공간, 리플렛6-1, 오혜진

«기억 공간» 리플렛, 2023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 주시겠어요?

이것 역시 배우는 자세라고 생각해요. 학습하지 않는 태도는 권태를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건 팁이라기보다는, 사람이 지닌 성향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저는 워낙 싫증을 잘 내다보니 한 번 해본 건 지겨워서 남이 시켜도 잘하지 못하는 성격이거든요. 오히려 안 해본 걸 자꾸 해보고 싶으니 이런 방향으로 작업을 지속하는 것 같아요. 책을 읽을 때도 한 번에 진득하게 한 권을 끝내지 못하고, 거의 5~10권을 가져다가 10~20분마다 계속 바꿔가며 보는 습성이 있답니다…

KST-press-4, 1, 2023-1, 오혜진

‹KST press 4›, 2023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남이 이렇게 기억해 주면 좋겠다’까지 의식하면서 작업하기란 정말 힘든 것 같아요. 그저 주변 동료들과 재미있는 것을 만들며 행복하게 살다가 현생을 마치면 한이 없을 듯해요…하하하

현재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인터뷰에 응하다 보면 맨 마지막에는 꼭 미래에 관한 질문이더라고요. 근데 돌이켜보면 제가 답변한 미래는 불과 반년 후에도 완전히 바뀔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이렇게 미래에 대해서 답하는 게 의미 없지 않나 싶기도 한데요. 개인적으로는 그저 매달 세금 잘 내고, 약간의 저축도 하면서, 주변 동료들과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늘내일 차근차근 재미있는 작업을 이어나가면 좋겠습니다.

미래의 단면, 오혜진, ohezin

‹미래의 단면›, 2022

Artist

오혜진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다. 2014년부터 오와이이(OYE)를 운영하며 여러 시각 매체를 아우르고 있다. 리소 스텐실 인쇄 기법을 활용한 실험 워크숍 ‘Magical Riso’(2016, Jan Van Eyck Academie, 네덜란드)와 워크숍과 레지던시를 겸한 프로그램 ‘Designer in Residence OTIS College of Art and Design’(2018, 미국)에 초청받았고, «It’s Nice That»의 ‘Once to Watch 2020’, 월간 «디자인»의 ‘2021 올해의 주목할 만한 디자이너’에 선정됐다. «idea» «Design360°» «étapes» «그래픽» 등 국내외 다수의 매체에서 작업을 소개한 바 있으며, «젊은 모색 2023»(2023,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2021, 세운상가 일대), «Unparasite»(2021, Platform-L), «타이포잔치»(2019, 문화역서울 284), «Poster Show»(2018, Likely General, 토론토), «fanfare inc. Tools»(2018, fanfare, 암스테르담)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