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s Room: 신신 신해옥·신동혁의 작업실

Creator’s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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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s Room

창작자의 작업실을 방문해 공간, 일상과 창작을 위한 도구 그리고 소중한 오브제를 글과 이미지로 소개하는 독창적인 섹션입니다

신신 디자이너, shin of shinshin

왼쪽부터 신해옥, 신동혁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디자인 스튜디오 ‘신신’을 함께 운영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신동혁, 신해옥입니다.

그래픽 디자이너가 된 각자의 계기가 궁금합니다.

신해옥(이하 해옥): 학창 시절부터 용돈으로 디자인이 아름다운 책을 한두 권씩 수집하며 막연히 저런 책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죠. 지금은 책만 디자인하지는 않지만, 디자인에 대한 관심의 시작은 분명 책이었어요.

신동혁(이하 동혁): 저는 전공을 선택한 후에 그 매력을 알게 됐어요. 편집 디자인과 그래픽 디자인을 잘하는 멋진 선배들을 롤 모델로 삼고, 한글꼴을 만드는 동아리도 활동하면서 제 성향을 발견해 갔죠. 그 후에 해옥 씨와 연합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꿈을 구체화했어요. 

함께 신신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해옥: 졸업 후 처음에는 각자 회사에 들어가서 3~5년 정도 경험을 쌓은 후에 우리의 스튜디오를 해보자고 얘기했는데요. 동혁 씨는 2~3개월 만에 그만뒀고, 저는 5년을 다녔어요. 재직 중에도 종종 동혁 씨가 하는 개인 작업을 돕다가, 2014년 신신을 함께 시작하게 됐죠.

동혁: 저는 당시 알게 된 뮤지션이나 기획자, 큐레이터들과 작업했어요. 단가는 낮았지만, 재미와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였죠. 반대로 해옥 씨는 디자인 에이전시에 근무했기에 가능했던 예산 높은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고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기도 하고 상대방의 장점을 부러워하기도 했어요. 각자 전혀 다른 경험을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노하우가 쌓여서 2014년에는 이제 같이 시작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부로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함께 작업할 때의 장단점은 무엇일까요?

동혁: 초반에는 서로 요령이 없다 보니 일과 삶의 명확한 분리가 어려웠어요. 그렇지 않아도 신혼 때에는 작은 일에도 다투게 되는데, 일까지 함께하는 상황이 여러모로 쉽지는 않았죠. 시간이 지나고 서로의 장단점, 가치관과 생활 방식을 알게 되면서 점차 안정되기 시작했어요. 서로 몰랐던 개인의 역량을 발견하면 깨달을 수 있게 돕기도 했고요. 지금은 이만한 동료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해옥 대표님은 잠시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오시기도 했죠.  

해옥: 2년간 예일대학교 대학원에서 그래픽 디자인 석사 과정을 마쳤어요. 클라이언트 프로젝트를 계속하다 보니 저만의 디자인 언어를 정리할 필요를 느꼈죠. 항상 둘이 함께 작업하니까 혼자 힘으로는 어떤 결과물을 낼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한국에서 일과 병행하며 공부하는 게 어려울 듯싶어서 유학을 생각하게 됐어요. 신신으로서는 가장 바쁠 때 떠난 셈인데, 동혁 씨가 많은 지지와 응원을 보내줘서 참 고마웠어요.

10년 동안 경력을 쌓은 디자이너가 다시금 학생으로 돌아가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해옥: 입학 당시 교수님들과 인터뷰할 때, 경력도 높은데 학교에 다시 오려는 이유를 여쭤보셨어요. 그래서 ‘신해옥’이란 사람이 대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던져 놓아 보고 싶다고 말했죠. 새로운 환경도 그렇지만, 살아온 배경과 관심사가 전혀 다른 친구들을 만나는 게 즐거웠어요. 또 다른 자아 독립의 시간이었죠.

동혁: 해옥 씨에게 유학을 권유한 건 저였어요. 해옥 씨가 회사에 다닐 때 거의 저를 먹여 살렸거든요. 용돈까지 주고요. (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남자 친구의 미래가 불투명해 보일 수도 있었을 텐데 묵묵히 믿어준 것에 대한 보답이었어요. 매일 화상 통화로 서로의 작업에 관해 이야기하고, 6개월에 한 번 정도는 미국에서 만나서 2년이라는 시간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해옥 씨가 하는 과제를 함께 고민하며 발전시키기도 해서 저 역시 나름대로 성장하는 기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작업 중 신신의 아이덴티티를 잘 보여주는 결과물을 꼽아본다면요?

먼저, 전시 «집합 이론»을 꼽아볼게요. 슬기와 민, 홍은주 김형재, 신신의 작업을 한데 묶어 세 팀의 방법론과 관심사가 각자의 주제에서 어떻게 지속하고 바뀌는지 이어보면서 그들의 지형도를 느슨하게나마 비교하며 포착하려는 전시였어요. 2014년부터 신신이라는 이름으로 완성해 온 결과물 40여 점을 이어 놓은 해당 전시를 통해 다시금 저희가 여러 가지 재료와 물리적 조건에 기반해 책이 지어지는 구조에 관심을 두고 작업해 오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상기하는 계기가 됐죠.

두 번째는 전시 «IF REVOLUTION IS A SICKNESS»를 기념해 출간한 동명의 도록인데요. 예술가 다이앤 세베린 응우옌Diane Severin Nguyen의 첫 번째 도록입니다. K팝으로 매개된, 정치적, 사회적 배경이 서로 다른 시대와 장소에 걸쳐 어떻게 엮여 있는지 고찰하는 책으로, 미국 뉴욕의 스컬프처센터SculptureCenter와 시카고의 르네상스 소사이어티Renaissance Society가 의뢰해서 진행했어요. 다이앤과 두 기관의 큐레이터, 편집자와 함께 화상회의를 하고, 완성한 지면을 주고받고, 인쇄 색상을 테스트한 교정지를 발송하고, 한국의 인쇄소에서 제작한 책을 미국의 두 기관에 운송하는 등 이 한 권의 책을 완성하는 데 대략 2년의 세월이 걸렸죠.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대에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공동의 주제 의식을 공유하는 협업을 경험할 수 있었어요.

세 번째로는 『푀유FEUILLES』를 선택하겠습니다. 푀유는 프랑스어로 잎사귀들이란 뜻과 함께 종잇장이란 의미를 가져요. 그래서 책과 디자인 간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각자의 기능을 돋보이게 했고, 물질과 내용의 연결을 섬세하게 다루려고 했어요. 이 책은 지난 2021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Best Book Design from All Over the World)’ 공모전에서 최고상인 황금활자상(Golden Letter)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책이 지어지는 구조 자체와 종이를 비롯한 3차원 물질이 2차원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재료로 기능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그 상호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에 관심을 두고 작업을 전개하는 저희에게는 무척이나 의미 있고 중요한 피드백이었죠.

마지막으로는 세종문화회관 CI 리뉴얼 작업입니다. 세종문화회관을 이루는 세 단어인 세종, 문화, 회관의 상징성을 한글 창제 원리인 천지인의 형태소를 바탕으로 오선지 위의 음표, 건축물의 파사드로 포개어 놓았어요. 한글 조합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경우의 수에 따라 다양한 점과 선을 펼칠 수 있죠. 세종문화회관 CI 작업은 구조와 형식 위에 소리를 품은 글자를 조합하고 이를 그려내면서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아이덴티티 디자인 개념을 제시했기에 의미가 큰 작업입니다.

2-1_Diane Severin Nguyen- IF REVOLUTION IS A SICKNESS_표지_사진-Renaissance Society

『Diane Severin Nguyen: IF REVOLUTION IS A SICKNESS』 카탈로그, 2022, 오프셋 인쇄, 사철 각양장, 194×268mm, 244쪽, 클라이언트: SculptureCenter (New York), Renaissance Society (Chicago), 글: Cat Zhang, Nathanäel, Myriam Ben Salah, Sohrab Mohebbi, Jamieson Webster, Diane Severin Nguyen

2-2_Diane-Severin-Nguyen--IF-REVOLUTION-IS-A-SICKNESS_내지

『Diane Severin Nguyen: IF REVOLUTION IS A SICKNESS』 카탈로그, 2022, 오프셋 인쇄, 사철 각양장, 194×268mm, 244쪽, 클라이언트: SculptureCenter (New York), Renaissance Society (Chicago), 글: Cat Zhang, Nathanäel, Myriam Ben Salah, Sohrab Mohebbi, Jamieson Webster, Diane Severin Nguyen

3-1_Feuilles(푀유)

『Feuilles(푀유)』, 카탈로그, 2021, 오프셋 인쇄, 스위스제본, 225×300mm, 224쪽, 클라이언트: 엄유정

4-1_세종문화회관 MI 브랜딩

세종문화회관 CI

현재 신신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소개해 주시겠어요?

동혁: 출판사 미디어버스의 임프린트인 ‘화원Hwawon’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요. 화원에서 펴내는 여섯 번째 책을 얼마 전 인쇄소에 넘겼어요.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김영나 작가의 모노그래프이자 아카이브인 『자화상』이에요. 평소 저희는 그래픽 작업의 모든 프로세스가 반드시 컴퓨터에서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번 작업이 그런 명제를 증명했다고 볼 수 있어요. 작가님의 과거 아카이브를 배치하고 출력한 결과물을 베를린으로 보냈고, 작가님이 이를 재료 삼아 자르고, 오리고, 변형해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주셨죠. 저희는 최종 결과물을 받고 정리해서 다시금 책의 꼴로 만들어냈고요. 제작은 인타임 유성운 이사님께서 힘써주셨습니다. 

해옥: 저희의 제안이 아티스트에게 일종의 예술적 재료가 된 셈이에요. ‘아티스트의 이전 작업을 있는 그대로 싣는 게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 고민하다가 새로운 작업을 위한 바탕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동혁: 그래픽 디자인은 결과물만 놓고 보면 굉장히 납작하거든요. 그런 납작함 속에도 깊이와 입체감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출판물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해옥: 삼성문화재단에서 1년에 세 번 발행하는 «와나WANA»라는 잡지도 계속 디자인하고 있어요. 하나의 문화적인 주제를 세우고 그와 연관된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방식의 잡지에요. 대전과학예술 비엔날레의 아이덴티티 작업 또한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현재 경기도 광주에 있는 주거 공간을 작업실로 활용 중이에요. 언제부터 계셨나요?

해옥: 2014년 이사했으니, 올해로 10년이 됐네요. 신신의 사업자를 내고, 결혼도 하면서 여기에 살게 되었어요. 사실 이곳은 제가 학창 시절에 가족과 함께 살던 집이에요. 아버지가 땅을 매입하고, 벽돌을 한 장씩 쌓아서 만드시는 과정을 다 지켜봤어요. 그곳에 저희가 합당한 비용을 치르고 떳떳하게 들어와 살고 있죠. 이제 거의 30년이 다 된 공간입니다. 

두 분이 여기에서 10년을 지내니 장단점이 어떻던가요? 

동혁: 단점이었던 부분이 어느 순간부터 점점 장점으로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요령이 없어서 정원 관리나 주택 개보수가 무척 힘들었거든요. 이제는 적당히 신체 활동을 하게 되어서 오히려 좋아요. 디자이너는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일하기 때문에 허리 디스크나 시력 저하가 오기 쉽거든요. 주택을 돌보다 보면 자연스레 계속 몸을 움직이게 돼요. 그리고 서울과 떨어져 있는 점도 예전에는 불편했는데, 이제는 서울에 가면 답답해서 얼른 집에 돌아오고 싶어져요.

해옥: 처음에 동혁 씨는 여기에서 조금만 살고 다시 도시로 가자고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여기가 더 좋대요. 서울에 나간 김에 카페라도 가자고 하면, 집에 가서 커피 마시자고 할 정도예요.

동혁: 저는 집이라는 작은 세계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게 개인의 자존감과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고 느낀답니다. 이 집이 별 탈 없이 사계절을 날 때면 스스로가 대견하고 뿌듯해요. 진짜 어른이 된 것 같아요.

2층에는 어떤 공간이 있나요?

동혁: 게스트룸과 책방, 이렇게 두 개의 방이 있어요. 결혼 전부터 각자 소장한 책이 워낙 많아서 방 하나를 책으로만 가득 채웠어요. 편안한 1인용 의자를 두 점 놓아 언제든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의자 사이에는 스튜디오 씨오엠(COM)이 디자인한 당구대 모티프의 테이블을 놓았어요. 한쪽에는 저희가 작업하는 디자인 결과물을 가제본하거나, 모델로 만들 수 있는 코너도 있고요.

해옥: 철제 선반을 맞춰서 책을 다 수납했는데, 이후로도 책이 점점 늘어나서 1층 계단 옆에도 책을 수납하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길종상가에서 책 수납이 가능한 바퀴 날린 트롤리를 만들어 주셨죠. 만화책부터 도록까지 저희가 좋아하는 책들이 다 쌓여 있어요. 사실 책장, 책방 등 책을 놓는 공간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일은 별 의미가 없는 듯해요. 틈날 때마다 자유롭게 펼쳐볼 수 있도록 테이블, 의자를 비롯해 저희 손이 닿는 집안 모든 곳에 책을 쌓아두니까요.

책에 대한 애정이 엄청나네요. 이 중 최근에 읽었거나, 특별히 좋아하는 책이 궁금해요.

동혁: 패션 디자이너 가와쿠보 레이(川久保玲)가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진행했던 아카이브 전시 대한 도록인데, 판형이 매우 커서 책장만 넘겨도 실제 전시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별다른 텍스트 없이 작품 이미지만 시원하게 보여주니까 기분이 상쾌하더라고요. 책은 이러면 충분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도록은 공식 일정이 끝난 후에도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되는 전시 같아요.

해옥: 저는 『이영희는 말할 수 있는가?』라는 책을 얘기하고 싶어요. 얼마 전에 이 책을 만든 디자이너를 만나서 책을 선물 받았는데,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1963년생 이영희라는 여성을 바탕으로 풀어낸 책인데요. 실제 저자의 고모분이세요. 1990년대 초반 대구에 편집 디자인 회사를 설립하고 30년간 일한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담고 있죠. 당시만 해도 디자인이나 인쇄는 남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작업이었는데, 그 속에서 일하던 여성 디자이너의 순간과 서사를 기록하면서 함께 풀어낸 자료 사진이나 개인의 역사가 모두 새롭고 감동적이었어요. 거대한 역사를 아카이빙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개인의 내밀한 이야기를 정리할 수 있다는 면에서, 책이 정말 대단한 매체라는 점을 다시금 깨달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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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해옥: 저는 2층 책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좋아요. 책을 보다가 가끔은 빔 프로젝터로 영화도 보고, 술도 마시곤 하거든요. 겹겹이 꽃힌 책이 방음재처럼 소리에 몰입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더라고요. 

동혁: 저는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으로 나무를 바라보며 커피 마실 때가 좋아요. 날씨까지 쾌청하면 그날의 일이 모두 다 잘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책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가 볼까요. 작업자에게 책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동혁: 예전에는 매번 책을 정독했는데, 일이 바쁘다 보니 요즘은 깊이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편이에요. 하지만 틈날 때마다 집중력을 발휘해 몇 장을 읽기도 하고, 두서없이 훑어보기도 하는데요. 그런 우발적인 경험 속에서 어떤 이미지를 발견하기도 하고, 작업의 실마리가 풀릴 때도 있고, 하나의 글귀가 디자인의 이유가 될 때도 있어요.

해옥: 웹이나 소셜 미디어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이미지나 텍스트를 일탈적으로 만나는 게 오히려 어렵거든요. 책은 그런 우연한 순간을 가능하게 만드는 도구이자 수단이죠.

동혁: 아무리 생각해도 책은 정말 위대한 발명품 같아요. 책은 만드는 과정에 비해 가격이 무척 저렴해요. 게다가 안에 담긴 생각이나 이미지가 워낙 탁월하니까 인쇄 과정까지 거쳐서 지금 우리 앞에 도달한 거겠죠. 이처럼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고차원적인 결과물을 향유할 수 있는 매체는 드물어요. 물리 법칙을 거스르며, 다채로운 세계로 진입할 수 있는 차원의 문 같기도 하고요. 

해옥: 저는 바이닐을 구입할 때 좋아하는 뮤지션의 앨범을 사기도 하지만, 전혀 정보가 없을 때는 아트워크가 예쁜 앨범을 고르고, 음악도 마음에 들기를 기대하곤 해요. 집에 와서 두근거리며 음악을 틀었을 때 노래까지 괜찮으면 기분이 정말 좋아요. 내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랄까요. 와인 라벨이 예쁘면 와인도 맛있게 느끼는 것처럼요.

각자 소장한 책을 합치는 순간이 흥미로웠겠어요. ‘서재 결혼시키기’ 같은 거죠. 

해옥: 이사 날에 각자 본가에서 책을 갖고 왔는데, 동혁 씨가 갖고 있던 책의 양이 정말 어마어마했어요. 저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였죠.

동혁: 저희 어머니가 책 때문에 집이 무너질 것 같으니 얼른 가지고 나가라고 하셨어요. (웃음) 

해옥: 둘 다 갖고 있어서 지금 책방에 두 권씩 꽂힌 책도 있어요. 아무렇게 꽂은 것 같아도, 나름의 배열과 규칙이 존재한답니다. 

평소 작업할 때는 어떤 도구를 사용하시나요?

해옥: 저희 둘 다 어디를 가든지 랩톱을 분신처럼 지니고 다니면서 자유롭게 작업해요. 그리고 어떤 목적이든 책의 형태로 만들어지는 결과물을 생각한다면, 저희는 도구와 재료를 사용하는 데 열려 있는 편이에요. 책의 구조에도 많은 상상과 아이디어를 부여하며 실험적이고 복잡한 방식도 주저하지 않죠. 그래서 새로운 종이와 제본 도구 등을 시도하면서 가제본도 다양하게 만들어 보기도 해요. 

동혁: 저희는 특별한 재료를 활용해 평범하게 만드는 것보다, 평범한 재료로 비범하게 연출하는 게 훨씬 더 멋지다고 느껴요. 특이한 제본이나 제작 과정도 좋지만, 익숙한 방식 안에서 콘텐츠의 내용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포맷을 생각하는 일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옥: 제가 지난 2021년 개인전 «Gathering Flowers»를 열었을 때, 종이를 말아서 손에 쥐면 꽃다발이 되는 형식으로 포스터를 만들었던 적이 있어요. 이처럼 평범하고 일반적인 포스터에 조금 다른 방식을 더해 새로운 경험이 가능한 구조를 실현해 보는 거죠. 그리고 그 행사에서 퍼포먼스를 위해 만들었던 책이 있었는데, 일반적인 책보다 훨씬 더 신체와 긴밀하게 관계를 맺어야 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디자인과 재료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프린팅과 가제본을 시도했던 기억이 나요.

동혁: 그래픽 디자이너는 으레 작업의 시작과 끝이 모두 컴퓨터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각각의 재료가 지닌 특성과 물성을 최대한 다양하게 살려보고 싶어요. 그래서 늘 사용하는 도구에 매몰되지 않고 항상 새로운 도구를 써보려고 해요. 

게스트룸에서 재봉틀과 색색의 패브릭 조각들이 눈에 띄던데요.

해옥: 제가 예쁜 패브릭 조각을 재봉틀로 패치워크하는 작업을 좋아해요. 작은 블랭킷이나 소품을 만들기도 하고요. 컴퓨터에서 벌어지는 일과 스트레스를 단순한 수작업으로 가라앉히는 거죠. 그래서 평소에 패브릭 샘플을 수집하기도 하고, 일본에 갈 때는 작은 기모노 조각을 구입하기도 해요. 

수납장 한쪽에 향수, 로션, 인센스, 룸 스프레이 등 향 관련 아이템이 모여 있어요. 특별히 선호하는 향이 있나요?

동혁: 예전에는 인센스나 향초 등을 자주 켜 놓았는데, 호흡기나 폐에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요즘 줄이고 있어요. 대신 향수는 꾸준히 사용해요. 몇 년간 샤넬의 ‘블루 드 샤넬’만 쓰다가 최근에 로라 제임스 하퍼Lola James Harper 제품으로 바꿨어요. 이 브랜드는 공간을 테마로 향을 만드는 게 콘셉트인데요. 제가 좋아하는 제품은 ‘서프 숍’(The Surf Shop of Stephane)이에요. 원래 룸 스프레이인데 향수로 활용 중이죠. 비누 냄새 같기도 한 여름 느낌의 향입니다. 

집 곳곳에 가구들이 다양해요. 우선 색색의 USM이 시선을 끄네요.

동혁: 여기가 원목이 많이 쓰인 집이라서 자연적이고 단단하며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재질과 물성이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무, 스틸, 유리, 도자기 같은 소재의 가구와 소품을 선호하는데요. 그런 면에서 USM은 저희 집과 잘 맞는 면이 있죠. 디자인이 단순하고 색상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점도 좋았어요. 왠지 정연한 질서로 디자인된 가구를 공간 여기저기에 무질서하게 배치하는 것도 길티 플레저 같아서 마음에 들어요.

해옥: 녹색 USM을 시작으로, 한 해 동안 수고했다고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처럼 연말마다 하나씩 구입하다 보니 이렇게 늘어나게 됐어요.

각기 디자인이 다른 만큼, 그 용도도 명확할 것 같아요. 

동혁: 1층에 놓은 흰색 USM은 순전히 권오상 작가님께서 선물해주신 책 조각을 놓으려고 주문했어요. 당시 책 조각을 작가님이 먼저 만들어 주시면, 그 조각을 가지고 저희가 다시 책을 만들겠다고 제안했는데, 흔쾌히 승낙하셔서 결과물이 나오게 됐죠. 이 책을 아름답게 진열하고 싶어서 가장 적당한 디자인으로 주문했어요. 현관에 놓은 고동색 USM에는 티셔츠나 스웨터를 잔뜩 수납하고, 파란색 USM은 오디오 시스템을 놓는 용도로 쓰고 있어요.

다이닝 테이블이 정말 기네요. 확장도 가능해 보여요.

해옥: 이 테이블은 결혼하기 전, 2013년쯤에 빈티지 가구 스토어 모벨랩Möbel LAB에서 구입했어요. 당시에는 너무 크고 길다고 생각했는데, 손님이나 친구들이 놀러 올 때 빛을 발해서 정말 잘 샀다고 생각하는 가구에요.

집안 곳곳에, 길종상가에서 디자인한 가구가 많다고 들었어요. 개인적인 인연 또한 깊다고요?

동혁: 제가 회사를 나오고 프리랜서로 활동할 때 길종 씨를 처음 만났어요. 당시 인디 뮤지션이나 공연 기획자와 자주 교류했는데, 한 재개발 반대 농성 현장에서 음악 페스티벌이 열렸을 때 포스터를 제가 디자인하고, 길종 씨가 무대를 디자인했죠. 그 후로 길종 씨가 하는 활동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전시를 하면 찾아가고, 가구도 구입하면서 가까워졌어요. 길종 씨가 길종상가를 처음 시작할 무렵 제가 명함 디자인을 맡았는데요. 그 대가로 재료비만 드리고 1층에 놓인 해옥 씨의 책상을 받았어요.

해옥: 당시 ‘RGB 책상’이라고 해서,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상판의 책상을 세 개나 주셨어요. 초록색은 조카에게 선물했고, 빨간색은 게스트룸에 재봉틀용 책상으로 놓았고, 파란색은 제가 사용하고 있어요.

해옥: 1층 콘크리트 벽에 걸린 둥근 선반은 해당 자리에 알맞은 가구를 아무런 조건 없이 의뢰해서 탄생한 작업이에요. 처음부터 마음에 쏙 들었죠. 공간에 새로운 인상을 불어넣는 존재에요. 지난 10년 동안 유리잔을 비롯한 온갖 물건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모습도 보기 좋고요.

동혁: 현관에 있는 우체통도 길종 씨의 선물이에요. 잘 만들어진 기성품을 사는 것도 좋지만, 개인의 취향에 맞춰 세상에 하나뿐인 디자인을 소유하는 일은 정말 흥미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집안을 살펴보니 물건이 정말 많네요. 특별히 몰두해서 수집하는 아이템이 있나요?

동혁: 해옥 씨보다 제가 물건에 특히 관심이 많아요. 대체로 아름다운 이미지가 담긴 것을 좋아하죠. 커버만 보고 LP를 살 만큼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티셔츠도 평범한 단색보다는 어떤 이미지나 메시지를 담은 걸 선호하고요. 핀 버튼도 모으는데, 작은 버튼에 담긴 수많은 그래픽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가장 최근에 구입한 수집품은 무엇인가요? 

동혁: 눈독 들이던 핀 버튼을 이베이에서 몇 개 샀는데, 늘 배송비가 더 나오네요. (웃음) 프로파간다 프레스를 운영하면서 «GRAPHIC» 매거진을 발행하는 김광철 편집장님이 얼마 전 군산에 서점을 오픈하셨는데, 응원하러 방문했다가 책을 몇 권 구입하기도 했죠. 

해옥: 최근 신덕호 디자이너와 함께 셋이 우래옥에 냉면을 먹으러 갔는데요. 대기 번호를 기다리며 주변을 산책하다가 바로 옆 건물에 자리한 ‘헬카페 뮤직’을 발견했어요. 세 명 모두 조용히 집중해서 LP만 고르던 기억이 나네요.

대부분의 가구가 큼직해서 자리 배치를 바꾸기 쉽지 않겠어요.

동혁: 맞아요. 거의 처음 놓은 자리에 그대로 있어요. 저는 주로 식탁에서 랩톱으로 작업하는데, 해옥 씨는 큰 모니터를 사용하거든요. 해옥 씨가 유학을 끝내고 돌아온 후 거실에 책상을 따로 놓으면서 배치를 조금 바꿨어요. 오랜 고민 끝에 찰스 앤 레이 임스Charles & Ray Eames의 오피스 체어 ‘EA-215’를 구입하며 작업 테이블을 완성했죠. 

그러고 보니 임스 부부의 가구도 많이 있네요. 거실 테이블, 2층의 라운드 테이블, 책방의 라운지체어 모두 임스 부부의 디자인이죠? 

동혁: 임스 부부의 가구는 투박하면서도 디테일이 아름다워서 이 집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책방에 있는 LCW와 라운지체어도 사용할수록 만족스러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평범한 재료를 비범하게 조직화했다는 사실이 저희에게 많은 영감을 줘요. 

집안 곳곳에 아트워크가 보이는데, 컬렉션을 위한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해옥: 저희가 직접 만든 것도 있고, 선물 받은 것도 있어요. 이광혁, 돈선필, 박현정, 이윤성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현관 쪽에는 전용완 작가와 김뉘연 작가의 이미지 작업도 있네요. 각자 본가에서 갖고 온 오래되고 작자 미상의 작품도 많아요.

동혁: 해옥 씨의 아버지가 사용하시던 오래된 전축, 저희 어머니가 모으신 광물, 해옥 씨 외할머니 댁에서 데려온 족자나 빈티지 샹들리에도 있답니다. 결국 이 집에는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클래식한 것과 키치한 것이 자연스럽게 뒤섞여 있네요.

마지막으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스테이에이치STAY H’가 크리에이터스룸을 위해 준비한 아이템에 관해 얘기해 볼게요. STAY H의 큐레이션 목록에서 인터뷰이가 자기 공간과 어울리는 아이템을 하나 고르면 선물로 드리는 건데요. 신신은 어떤 아이템을 선택하셨나요?

해옥: 덴마크 브랜드 무토MUUTO의 ‘터브 저그Tub Jug’ 다크 그린 컬러를 선택했어요. 프랑스 디자인 스튜디오인 아틀리에 BL119에서 디자인한 아이템인데, 연료 용기 또는 커다란 주전자처럼 생긴 외관이 독특하게 느껴졌어요.

동혁: 세라믹 소재에다 모양새도 단단해서 저희 집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죠. 한편으로는 색상도 형태도 왠지 군용 트럭에 매달린 기름통 같기도 했고요. 섬세하게 디자인된 군용 기름통이라니, 생각할수록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해옥: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겠지만, 저희는 처음 보자마자 꽃병으로 사용하고 싶었어요. 정원에 있는 조팝나무 가지를 터브 저그에 꽂아 놓으니까, 예상보다 더욱더 잘 어울리네요. 이제 계절마다 각기 다른 꽃을 거실에 들여놓을 수 있겠어요.

무토MUUTO 터브 저그Tub Jug

Artist

신신은 신해옥(@new_of_newnew), 신동혁(@shin_of_shinshin) 디자이너가 함께하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다. 편집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 등에 바탕을 두고 큐레이터, 에디터, 아티스트를 비롯한 여러 문화예술 기관 및 단체와 협업해 책, 도록, 전시, 포스터, 전시 아이덴티티 등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작업한다. shin-shin.kr

Editor

정윤주(@chungyunjoo)는 대학에서 실내 디자인을 전공하고 «메종 코리아» 인테리어 에디터와 «보그 걸» 피처 디렉터로 일했다. 영화 속 인테리어와 데커레이션에 주목한 책 『영화 속의 방』의 저자이며, 온라인 매거진 «디퍼 differ»의 디렉터 겸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프리랜스 에디터 겸 EYES and EARS 디렉터로 다양한 매체에 인터뷰와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글을 기고한다. «엘르 데코 코리아»의 객원 에디터이기도 하다.

Photographer

이우정(@iopppic)은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수년간의 어시스턴트 생활을 거쳤다. 현재 «보그 코리아», «엘르 코리아», «GQ 코리아», «하퍼스 바자 코리아» 등 다양한 매체와 협업하며 앨범, 광고 등 커머셜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Creator’s Room: 아티스트 김참새의 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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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s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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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s Room

창작자의 작업실을 방문해 공간, 일상과 창작을 위한 도구 그리고 소중한 오브제를 글과 이미지로 소개하는 독창적인 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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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다양한 재료와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김참새입니다. 참새는 친동생이 오래전에 지어준 예명이에요.

프랑스 낭시에 있는 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파인아트를 공부하셨어요.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미대 입시를 준비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의 입시 미술 방식이 저와 잘 맞지 않는다고 느꼈어요. 그러던 중 동네 화실 선생님이 프랑스에서 전시한 화가의 신문 기사를 보여주시며 ‘어쩌면 외국에 있는 학교가 너와 맞을지도 모른다’라고 조언해 주셨죠. 그 말에 용기를 얻어 프랑스로 향했고, 리옹에서 언어를 배운 후 낭시에서 파인아트를 공부하게 됐어요. 파리에서 기차로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무척 평화롭고 목가적인 분위기의 도시입니다.

프랑스와 지금을 비교할 때 그림에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전반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제 그림은 자신을 많이 반영하기 때문에 제가 보고, 느끼고, 살아가는 모든 것에 영향을 받아요. 성장하면서 개인적인 관심사나 시선이 자연스럽게 바뀌니까, 그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는 것뿐이죠. 그래서 작업할 때 평소 쓰지 않던 색에 갑자기 도전하기도 하고, 관심 없던 걸 그려 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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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작업 중 김참새를 대표하는 작품은 무엇일까요?

작품보다는 전시와 프로젝트 기준으로 말씀드리고 싶어요. 먼저 2021년에 파주에서 열었던 ‘변수’라는 뜻의 전시 «Variable»은 언젠가 페인팅이 아닌 설치 작업만으로 개인전을 꼭 해보고 싶었던 오랜 꿈을 이룬 좋은 기회라서 기억에 남아요. 2022년에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치룬 «Collision : Anxiety»는 지금까지의 개인전 중 가장 큰 규모였는데요. 크리에이티브 그룹 아워레이보Our Labour’와 공간, 설치 작업을 함께 준비했고, 최병석 작가님과의 3D 협업과 전문적인 조향사와의 향기 협업까지 다채로운 시도를 해봤기에 무척 보람찼습니다. JTBC와 함께 진행한 브랜드 디자인 광고는 ‘다채로운 세상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페인팅 작업의 움직임이 음악과 어우러지는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 결과물을 TV에서 볼 수 있어서 기존 프로젝트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죠. 카카오 이모티콘 프로젝트는 당시 작가가 참여한 이모티콘이 흔하지 않을 때라 모든 과정이 처음이었는데요. 많은 분들이 제 그림을 재미있는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프로젝트라서 매우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카카오톡에서 제 이모티콘을 구매하실 수 있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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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i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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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ision : Anx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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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ision : Anxiety»

JTBC Brand Design ‘Colors in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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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참새 작가가 참여한 카카오톡 이모티콘

올해는 작가로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올해 초에 단체전을 열었고, 하반기에는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아직 모든 게 미정이에요. 작년 하반기부터 준비한 협업의 결과물도 순차적으로 공개될 것 같고요. 두 권의 책도 준비하고 있어요. 한 권은 그림과 짧은 에세이가 함께 있는 책인데, 제 일상의 순간과 느낌이 담길 예정이에요. 다른 한 권은 여러 필자가 함께하는 책인데, 각자 관심 있는 패션에 대해서 글을 쓰는 콘셉트에요. 저는 수영복을 주제로 쓰고 있어요. 요즘 수영에 푹 빠져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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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구기동에 자리한 작업실에는 언제부터 머무셨어요?

프랑스에서 귀국한 직후에 구했으니까, 이제 10년 정도 됐어요. 집이 평창동이라서 근처로 작업실을 알아봤는데, 이 동네에 작업실로 사용하기 적당한 공간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정말 많이 고민하다가 마지막에 본 곳이 여기였어요. 지은 지 40년이 넘어서 건물이 낙후되고, 위치도 애매해서, 처음에는 딱히 끌리지 않았는데요. 부동산 소개로 이곳에 들어선 순간, 창문 밖으로 펼쳐진 북한산 뷰에 반해서 선택하게 됐어요. 큰 창문이 하나의 아름다운 액자처럼 보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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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말고도 페인팅만 하는 작업실이 따로 있다고 들었어요.

이 작업실은 공간이 좁아서 커다란 사이즈의 페인팅을 하기는 어려워요. 혹시 옆방이 비면 벽을 뚫어서 공간을 넓힐 생각도 했는데 여의찮아서 결국 같은 건물에 페인팅을 위한 작업실을 하나 더 마련했어요. 재료를 보관하거나 작업에 집중하는 곳이라 전혀 정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차마 공개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웃음) 

작업실 리노베이션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3년 전쯤 화장실 누수가 너무 심해서 전체적으로 공사를 진행하게 됐어요. 기존의 구조는 그대로 두고, 벽과 바닥 소재를 바꾸면서 필요한 가구를 새롭게 제작했죠. 그림 재료나 벽에 걸린 작품의 컬러가 다채로운 편이라서, 공간에는 색을 최대한 적게 사용하고, 따뜻하면서 오랫동안 질리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바닥이나 가구에 스틸, 대리석보다는 나무를 주로 사용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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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서 지내는 평범한 일과가 궁금해요.

1년 반 전부터 이른 아침에 수영을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건강 때문에 시작했는데 어느새 스트레스도 풀리고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게 됐어요. 수영이 끝나면 보통 작업실로 돌아오지만, 가끔은 버스를 타고 남대문 꽃 도매시장에 가서 마음에 드는 꽃을 사요. 꽃을 들고 작업실에 가는 날이면 오전에 무언가 많은 일을 한 듯한 기분이 들어서 뿌듯해요. 

오전 일과만으로도 벌써 알찬걸요!

그렇죠? (웃음) 작업실에 도착하면 우선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셔요. 요즘 커피를 줄이는 대신 차를 마시려고 노력 중이에요. 보이차부터 작두콩 차, 커피 대체 음료인 ‘오르조Orzo’까지 다양하게 도전하고 있는데, 아직은 커피를 완벽하게 대신할 존재를 찾지 못했어요. 그 후에는 주로 메일 회신을 하거나, 원고를 써요. 밤에 쓴 원고를 다음날에 보면 어째 부끄러워서, 가장 정신이 또렷한 낮 시간에 쓰려고 노력하죠. 그 외의 시간은 대부분 그림 작업을 해요. 작은 그림이더라도 하루에 한 점은 꼭 그리려고 하는 편이에요. 매일 쓰는 일기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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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점씩 빼놓지 않고 그리는 이유가 있나요?

내 몸과 손이 그림 그리는 걸 잊지 않고 익숙하도록, 근육을 단련시키는 거예요. 새로운 재료를 샀을 때 색깔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그리기도 하고요. 크기와 재료, 주제와 상관없이 스케치든, 드로잉이든, 하루에 하나씩 그려요. 나중에 보면 보람차기도 하고, 그 기록이 또 다른 작품의 영감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저만의 핀터레스트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죠. 종이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은 날에는 천사 점토로 작은 컵이나 통을 만들고 그 표면에 그리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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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한 점’은 주로 어디에 그리나요?

예전에는 오랫동안 몰스킨Moleskine 노트를 썼고요. 양쪽으로 평평하게 펴지는 노트를 무인양품(MUJI)에서 발견한 후로는 11권째 쓰고 있어요. 종이 표면이 매끈매끈해서 오일 파스텔 같은 부드러운 재료가 잘 묻어나는 게 마음에 들어요. 매일 그림을 그리다 보니 두 달에 한 권 정도는 쓰는 것 같네요. 오랫동안 쓰다 보면 노트 페이지 표면이 빵을 굽는 것처럼 부풀어 오르는데, 그 모양이 너무 귀여워요.

이런 오랜 습관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프랑스에서 첫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께서 이걸 ‘아이디어 노트’라고 칭하면서, 작가의 크고 작은 생각이나 드로잉을 담는 기록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약 4~5권의 노트가 있어야 잘하고 있는 거라고 하셨죠. 그때의 시도가 지금까지 이어진 거예요. 작가로서 꽤 괜찮은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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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수영하고, 그림 한 점을 그리는 것처럼 삶의 작은 규칙을 정하니 어떤 점이 좋던가요?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과 일정, 그 사이에 꼭 지켜야 하는 나만의 규정을 포함한 루틴이 저를 규칙적으로 살게끔 도와줘요. 자신과의 약속이 없다면 자칫 나태하거나 무기력해질 수 있거든요. 순간순간 지나칠 수 있는 저만의 느낌이나 생각을 기록한다는 측면도 물론 중요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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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할 때 주로 사용하는 도구가 궁금해요.

작품에 따라 메인 재료는 다르지만, 두 가지는 항상 사용해요. 먼저 오스트리아에서 만든 크레타 컬러Creta Colors의 ‘모노리스Monolith’ 9B 연필입니다. 꽤 오랫동안 사용한 도구예요. 천연 흑연에 가까운 연필인데, 가루도 별로 날리지 않아서 지금까지 써 본 9B 연필 중 가장 마음에 들어요. 일반 화방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아마 다른 작가분들도 많이 사용하고 계실 거예요. 이 연필로 기본 스케치를 하거나, 그림 위에 명암을 넣기도 합니다. 마치 또 하나의 물감처럼 폭넓게 사용하고 있어요. 다른 하나는 대나무 소재의 끝이 뾰족한 촉이에요. 프랑스에서 처음 샀는데 끝에 먹을 찍어서 쓰기도 하고, 크레파스나 물감을 긁을 때도 사용해요. 학교에 다닐 때부터 사용했으니까 10년이 넘었네요. 이 두 가지는 제 작업에 절대 빠질 수 없는 도구예요.

유색 재료를 쓸 때 선호하는 제품이나 브랜드가 있나요?

대체로 골든Golden이나 리퀴텍스Liquitex의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는데요. 특정 브랜드만 선호하는 건 아니라서 다양한 물감을 두루 사용하려고 해요. 브랜드보다는 물감 고유의 색에 더 집중하는 편이라서요. 동일한 이름의 색이라도 브랜드마다 명도, 채도, 질감이 모두 다르거든요. 그래서 물감을 세트로 사지 않고, 여러 브랜드에서 색깔 별로 구입해요. 특히 대형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작은 사이즈로 먼저 테스트하고, 마음에 들면 큰 통으로 주문하죠. 오일 파스텔은 우드 케이스에 담긴 시넬리에Sennelier 120색 세트를 주로 사용해요. 늘 책상 위에 놓고 자주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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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카트 안에 동양화에 사용하는 물감도 보여요.

작업과는 별개로, 먹이나 동양화 물감의 미감을 좋아해요. 컬러 테스트용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서양 붓과 동양 붓은 도구 자체의 성질이나 손에 잡히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방식의 단련을 위해서 사용해 보기도 해요. 여러 재료와 도구를 경험하고, 조합해서, 새로운 느낌과 방식을 찾아내는 게 저에게는 매우 중요한 작업 과정이거든요. 

해외에 가면 그곳의 새로운 재료도 탐색해 보나요?

최근에 도쿄의 한 화방에 갔는데요. ‘이제 웬만한 건 한국에 다 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웃음) 그래도 파리에 가면 종종 디자인이 귀여운 재료를 구입해요. 지오토Giotto의 템페라 물감은 어린이용 케이스가 예쁘고, 소량으로 조금씩 사용할 수 있어서 몇 개씩 트렁크에 넣어 와요. 다른 브랜드의 물감과 비교해 색감이 남다르고, 처음 칠했을 때와 말랐을 때의 색이 달라서 좋아요. 가방에 하나씩 넣어서 외출하기에도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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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들고 다니는 가방에는 무엇이 들어 있나요? ‘인 마이 백’을 부탁드려요!

요즘 계절에 상관없이 자주 들고 다니는 가방은 크림색 니트 백이에요. 외국 쇼핑 사이트에서 구매했던 것 같은데, 정확한 경로와 가방 브랜드는 기억이 잘 나질 않네요. 그 속에 언제든 생각날 때 무언가 메모하고 그릴 수 있도록, 다이어리 겸 드로잉 노트를 두 권 정도 반드시 들고 다녀요. 휴대폰보다 노트에 메모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요즘 일본 브랜드 호보니치 테쵸Hobonich Techo의 노트 겸 다이어리를 즐겨 사용해요. 영문판은 아트앤사이언스Art & Science와 협업해서 해당 브랜드의 열쇠 로고 표시가 있어요. 군더더기 없는 페이지 구성과 모던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몇 년 전부터 매해 구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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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소설을 비롯한 여러 장르의 책들이 많이 꽂혀 있네요.

평소에 소설과 에세이를 즐겨 읽어요. 특히 버지니아 울프의 단편을 좋아하는데요. 장면 묘사와 단어 선택이 특별해요. 읽다 보면 머릿속에 하나의 그림이 그려질 정도로, 묘사가 생생한 부분이 많죠. 『럭튼 유모의 커튼』은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르겠어요. 요즘에는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읽는데, 분위기가 서늘하면서도 매력적이에요. 킬리언 머피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 제작된다고 해서 기대 중이에요.

책 앞에는 오래된 카메라가 대여섯 개 놓여 있군요.

카메라로 촬영하는 걸 좋아해요. 학교에서 아날로그 방식의 사진 수업을 듣고 그 매력을 안 뒤부터 많이 찍기 시작했어요. 필름 카메라도 기회가 될 때마다 하나씩 모았고요. 여행 갈 때도 무조건 카메라를 한 대 들고 가요. 대부분 ‘라이카 Q2’를 선택하는데, 얼마 전 도쿄에도 함께 다녀왔죠. 라이카 Q2는 5년 전에 구입했는데, 조금 무거워도 특유의 풍부한 색감 때문에 도무지 포기할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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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내에 식물도 참 많아요.

예전에는 더 많았는데, 작업실이 북향이라 다들 시들어 버렸어요. 결국 햇빛이 없어도 잘 자라는 고사리과 식물만 남았죠. 최고로 강한 식물들만 살아남는 작업실입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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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을 위해서 맞춤 제작한 가구가 있나요?

큰 책상은 새로 제작했어요. 간단한 드로잉을 하거나, 컴퓨터로 업무를 보고, 자주 사용하는 재료도 잔뜩 올려놓을 수 있을 만큼 넓은 책상이 필요했거든요. 묵직한 편이라 위치를 자주 바꾸기 어려운 게 단점이지만, 용도 면에서는 대체로 만족해요. 오디오와 향 관련 제품을 놓는 블랙 가구도 수납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따로 제작했습니다. 책장을 겸한 낮은 수납장을 부엌과 책상 사이에 놓으면 파티션처럼 공간을 구분해 주는데요. 그 위에 최근 선물 받은 다양한 물건들을 전시하듯 올려 놓았어요. 이렇게 가지런히 진열해 두니까 눈에 더 잘 띄고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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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가구들도 함께 어우러져 있어요.

노만 체르너Norman Cherner가 1958년 디자인한 ‘체르너 체어Cherner Chair’는 1970년대 초 단종된 후 다시 제작됐는데요. 제가 소장한 의자는 1960년~70년대 사이에 제작된 의자예요. 이 의자에는 체르너가 로열티와 크레디트 때문에 어떤 회사를 상대로 소송한 후 결국 승리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요. 의자를 처음 봤을 때 저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던 터라 공감이 가서 구입하게 됐어요. 다리 부분이 조금 약해져서 앉는 용도보다는 자주 읽는 책을 올려놓는 쪽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책장 앞에 있는 빈티지 벤치는 한스 베그너Hans Wegner의 ‘GE1935’인데요. 오크와 월넛을 조합한 매우 클래식한 디자인이에요. 소파가 너무 크거나 편하면 오랫동안 쉬거나 아예 잠들어버리는 부작용이 있어서, 적당한 크기를 찾던 차에 발견했어요. 아르텍의 ‘스툴 60’은 갤러리ERD에서 스툴 60을 주제로 국내외 작가들이 협업했을 때 작업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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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가구도 몇 점 보여요.

오래전부터 고풍스러운 한국 고가구를 정말 좋아했어요. 귀중품을 보관하는 돈궤는 개인적으로 구입했고, 책이나 옷감을 수납하는 반닫이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주웠어요. 특히 이 돈궤는 개다리소반의 다리를 사용한 조합이 독특한데요. 나중에 알고 보니 경남 거창의 양반집 돈궤가 이런 형태라고 하더군요. 은행이 없던 시절에는 내부에 엽전을 넣어서 보관했다고 해요. 돈궤 위에 올려둔 건 나무로 된 베북이에요. 베를 짤 때 날실의 틈을 오가며 씨실을 풀어주는 용도의 물건인데요. 그 안에 액운을 막아주는 굵은소금과 팥을 담으면 모든 일이 잘 풀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놓았어요.

고풍스러운 액자도 가구와 잘 어울려요.

함께 놓은 액자는 어머니가 학창 시절, 가정 시간에 직접 자수를 놓은 작품이에요. 외할머니가 마음에 쏙 드셔서 액자로 만들어 주셨다고 들었어요. 지금 봐도 학생이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실의 색과 자수의 형태가 섬세하고 아름다워서, 딸인 제가 고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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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음악을 들을 때 예민한 편인가요?

애플 뮤직에서 추천하는 플레이리스트를 그날 기분에 따라 골라서 듣는데요. 힙합부터 최신 가요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아요. 앰프는 브라운Brown, 스피커는 그룬딕Grundig의 ‘오디오 라마Audiorama’를 사용하는데, 구입할 때 크게 고민하지는 않았어요. 원래 무언가 살 때 특정 브랜드와 디자인을 고집하거나 과도한 퀄리티를 바라기 보단, 단순히 용도만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음악을 들을 용도라면 음악만 적당히 잘 들을 수 있으면 돼요. 그래서 쇼핑할 때 길게 고민하지 않고, 비교적 빠르게 결정하죠. 

가구 같은 물건을 쇼핑할 때도 선택이 빠른지 궁금하네요.

가구는 한번 구입하면 오래 사용하니까, 아무래도 소품보다는 좀 더 고민하게 되죠. 최근에 독립하면서 소파를 샀는데 3개월 정도 고민했어요. 저에게는 정말이지, 매우 힘든 시간이었죠. (웃음) 카레클린트Kaareklint의 블랙 가죽 소파 ‘JC901’로 결정했는데, 다행히 사용할수록 마음에 쏙 들어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스테이H’가 Creator’s Room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인터뷰이가 자신의 공간과 어울리는 아이템을 하나 고르면 선물로 드리는 거죠. 혹시 어떤 아이템을 선택하셨나요?

덴마크 브랜드 무토Muuto의 ‘플랫폼 트레이Platform Tray’를 선택했어요. 샘 헥트Sam Hecht와 킴 콜린Kim Colin이 디자인한 제품인데요. 다리 달린 디자인과 빈티지한 컬러가 마음에 들었어요. 트레이와 트레이 받침이 분리되어 청소하기 편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다가왔고요.

플랫폼 트레이를 어떻게 사용하고 계세요?

트레이를 보자마자 책상 위에 놓고 로션과 오일 등 다양한 향과 뷰티 아이템을 모아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택배가 작업실에 도착하자마자 그렇게 정리했어요. 하나의 작은 수납 가구처럼 사용하는 셈이죠. 여기저기 흩어진 물건을 한데 놓으니 그 자체만으로 보람차더라고요. 작업실에 있던 기존 가구와 잘 어울려서, 마치 예전부터 사용하고 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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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토 ‘플랫폼 트레이Platform Tray’

Artist

김참새(@kimchamsae)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페인터다. 프랑스 낭시 국립고등미술학교(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art et de design de Nancy)에서 아트를 전공했다. 현재 페인팅으로부터 파생한 설치, 영상, 사진, 일러스트레이션까지 다방면으로 활동을 이어가며 활발히 작업 중이다.

Editor

정윤주(@chungyunjoo)는 대학에서 실내 디자인을 전공하고 «메종 코리아» 인테리어 에디터와 «보그 걸» 피처 디렉터로 일했다. 영화 속 인테리어와 데커레이션에 주목한 책 『영화 속의 방』의 저자이며, 온라인 매거진 «디퍼differ»의 디렉터 겸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프리랜스 에디터 겸 EYES and EARS 디렉터로 다양한 매체에 인터뷰와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글을 기고한다. «엘르 데코 코리아»의 객원 에디터이기도 하다.

Photographer

이우정(@iopppic)은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수년간의 어시스턴트 생활을 거쳤다. 현재 «보그 코리아», «엘르 코리아», «GQ 코리아», «하퍼스 바자 코리아» 등 다양한 매체와 협업하며 앨범, 광고 등 커머셜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Creator’s Room: 종킴디자인스튜디오 김종완의 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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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s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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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s Room

창작자의 작업실을 방문해 공간, 일상과 창작을 위한 도구 그리고 소중한 오브제를 글과 이미지로 소개하는 독창적인 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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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종킴디자인스튜디오를 이끄는 공간 전략 디자이너 김종완입니다. 공간을 설계하고 디자인할 뿐만 아니라, 어울리는 가구와 소품, 분위기까지 컨트롤하는 설계 사무소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업 공간이라면 그곳의 운영 방식부터 유니폼, 식기, 음악 등 전반적인 공간 디렉팅과 브랜딩까지 전략적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해요. 올해로 스튜디오 8년 차에 접어들었어요.

자신의 이름을 스튜디오 이름으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저는 프랑스에서 15년을 지냈어요. 학교에 다니고 직장 생활도 했죠. 한국으로 돌아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1년 남짓 근무하다가 퇴사했어요. 그 후 2주 만에 회사를 열었는데요. 당시 사정상 스튜디오 이름을 오래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 프랑스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썼던 제 이름을 사용했어요. 평소에 일을 빠르게 진행하는 편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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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이름 지은 걸 후회한 적은 없나요?

가끔 후회해요. 한 사람의 회사로만 보이는 게 팀원들에게 미안하거든요. 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결과적으로는 대표만 돋보이고 주목받는 느낌이 들어서요. 이제는 회사를 대표한다는 부담감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리고 이제 ‘종킴Jongkim’을 하나의 브랜드로 키우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Jongkim에서 k가 소문자인 이유랍니다.

대기업에서 나와서 독립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디자이너라면 아마 누구나 자기 스튜디오에서 개인의 취향을 담은 디자인을 펼치고 싶을 거예요. 디자이너로서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어서 저희 회사 팀장들에게도 빨리 퇴사해서 스튜디오를 오픈하라고 얘기할 정도로 적극 추천 중이죠. (웃음) 물론 회사라는 울타리 밖에서 겪는 어려움과 스트레스가 상당하지만, 성장하려면 그 또한 마땅히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공간을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디자이너가 공간에 담고 싶은 게 무엇인지 매우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공간 디자인을 선호합니다. 구구절절한 글이나 어려운 철학이 없어도, 그 공간에 머무는 사람 누구나 몸으로 느낄 수 있고, 명쾌하게 알아차릴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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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많은 작업을 하셨는데요. 이 자리에서 소개하고 싶은 예시를 몇 가지 들어주시겠어요?

먼저 부산 송정에 있는 ‘더 쿨리스트 호텔The Coolest Hotel’을 소개하고 싶어요. 공간 설계는 대부분 매우 촉박한 스케줄로 진행되는데, 여기는 오랫동안 브랜딩과 프로그램을 고민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송정 바닷가에서 서핑을 즐기는 젊은이가 이곳을 주로 이용한다고 생각해서 타깃에 맞게 룸 타입 별로 컬러 포인트를 주고, 스트라이프 패턴 파라솔을 설치한 수영장과 노란색을 강조한 로비 등으로 감각적인 공간을 완성했습니다. 롯데호텔 서울에 위치한 ‘설화수 스파’는 한국의 오방색을 메인으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한 곳이에요. 포인트 월을 작업할 때 자수 공예가 곽복희 명장님과 협업해 한국 자수의 운치를 보여주려고 했죠. SPC그룹의 도곡동 사옥도 기억에 남는데요. 전망이 가장 좋은 자리를 다수가 이용하는 코워킹 스페이스로 설정해서 최대한 많은 구성원이 즐길 수 있도록 시도한 게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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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쿨리스트 호텔 The Coolest Ho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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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쿨리스트 호텔 The Coolest Ho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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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수 스파 Sulhwasoo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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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2023

지금은 어떤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계시나요?

저희가 한 번에 소화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최대 12개인데요. 지금 그만큼의 분량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제 막 시작한 프로젝트는 헬스 브랜드와 관련한 설계예요. 공간은 물론, 현장에서 입는 유니폼, 슬로건까지 전체적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주려고 기획 중이죠.

스튜디오의 모든 구성원이 항상 바쁘고 쉴 틈이 없겠어요.

항상 고맙고 미안해요. 그래서 매해 12월에는 3주 동안 휴가 겸 방학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이제 5년 정도 됐네요.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하는 게 디자이너 성장의 자양분이라고 생각하는데, 평소에는 바쁘고 야근도 하니까 워라밸을 지키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이렇게라도 휴식을 길게 가지면서 시간과 경험을 즐기도록 권장하고 있어요. 저도 그때가 다가오면 클라이언트에게 양해를 구하죠. 해당 기간에는 최대한 연락하지 말아 달라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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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은 그 쉬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시나요?

거의 대부분 해외로 여행을 떠나요. 그래야 모든 걸 잊고 쉴 수 있으니까요. 겨울이라서 따뜻한 곳을 방문하는 편인데 매년 도시와 휴양지를 교차해서 정해요. 도시를 가면 구경하고 쇼핑할 게 많으니까 상대적으로 너무 피곤하더라고요. 그래서 2년에 한 번은 하와이를 선택해요. 거기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휴식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아요. 작년에도 하와이에서 시간을 보냈답니다.

이제 2024년 구정도 지났는데요. 올해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종킴디자인스튜디오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싶어요. 스튜디오를 시작할 당시에 럭셔리 브랜드 프로젝트를 많이 맡아서 그런지, 고급스러운 프로젝트만 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요. 저희는 작고 유니크한 공간도 충분히 재미있게 할 준비가 되어 있거든요. 기회만 주어진다면 새로운 장르나, 더욱 크리에이티브한 이미지의 프로젝트를 새롭게 구축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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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단독 건물을 사옥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지금의 사옥 자리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전에 머물던 곳도 지금과 그리 멀지 않은 자리에 있었어요. 지내면 지낼수록 이 동네의 고즈넉한 분위기도 만족스러웠지만, 무엇보다 지리적인 위치가 좋았어요. 강남과 강북의 중간 지점이라 서울 어디든 30분 안에 오갈 수 있거든요. 예전에는 반려견을 데리고 출근하기도 해서 가까운 곳에 강아지와 산책할 수 있는 아담한 공원이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죠. 건물의 기본적인 리모델링은 이미 되어 있는 상태라, 바닥 소재 공사와 엘리베이터 교체 등을 추가적으로 진행했어요.

대표님이 주로 사용하는 공간을 소개해 주세요.

제가 머무는 곳이 사옥의 제일 꼭대기 층인데요. 우선 이 공간을 가로지르는 긴 테이블이 있었으면 했어요. 책상과 회의 테이블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로 연결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적절한 길이에 맞춰 테이블을 제작했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팀원들이나 클라이언트와 회의하기에 적당한 크기예요. 책상은 무조건 큼직한 게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팀원들 책상 역시 최대한 크게 제작하고, 아르테미데Artemide 스탠드도 하나씩 놓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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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내보니 공간의 장단점이 명확할 것 같아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바로 사무실과 연결되는 구조라서, 엘리베이터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요. 이건 단점이죠. 대신 장점으로는 해가 잘 들어오고 통풍이 잘돼요. 맑은 날에는 창문을 열어두고 바람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어서 좋아요. 

계단을 올라가면 다락방처럼 작은 공간이 있더라고요.

이 건물이 박공지붕이라 생긴 공간인데요. 층고가 낮아서 다채롭게 활용하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다른 책상, 데이베드, 전동 리클라이너를 놓고 요가 매트를 깔아서 간단한 여유 시간을 보내기 좋도록 꾸며 놓았어요. 가끔 야근이 필요할 때는 잠깐 데이베드에서 잠을 청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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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오전 6시 전후로 기상하는 편이에요. 늦더라도 6시 10분을 넘기지 않습니다. 강아지들 아침 산책을 시키고, 스트레칭한 다음에 아침 뉴스를 보고 커피를 한 잔 마셔요. 이후 샤워를 하면서 오늘 할 일을 생각하고 샤워를 마친 다음에는 다이어리에 일과를 정리해 놓죠. 이제 회사로 출근하면 오전 10시 이후부터 10분 간격으로 전화가 와요. 전화 받고 회의하다 하루가 끝나 버리곤 해요. 저녁때가 되어서야 오늘 있었던 일을 복기하며 하루를 정리할 수 있죠. 다이어리에 적었던 일과를 살펴보면서 완료한 일과 내일로 미뤄진 일을 분류해요.

엄청 계획적으로 시간을 운용하는 느낌이에요. 주말에도 그런가요?

뭐든지 계획성 있게 지내는 걸 좋아해서 평일, 주말 관계없이 시간대별로 일정을 나눠서 움직여요. 특히 주말은 빠르게 흘러가니까 반드시 루틴대로 지내려고 노력해요. 토요일은 헤어숍에 갔다가 영어 과외를 받고 회사로 출근해서 평일에 하지 못했던 일을 처리해요. 일요일은 마사지를 받고 박물관에 가죠. 거의 대부분 리움미술관에 들러요. 연간회원권도 있고, 리움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전시를 이미 봤더라도 산책 겸 주말 나들이 삼아서 가는 편이에요.

혹시 즐기는 운동이 따로 있으신가요?

요즘은 한남 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치고, 폼롤러 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둘 다 스튜디오와 가까워서 다닐 수 있는 것 같아요. 만일 거리가 있었으면 금세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골프 브랜드 프로젝트도 종종 진행해서 함께 치자는 권유도 많은데, 골프장이 너무 멀어서 쉽게 시도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럼 회사와 집을 제외하고 가장 자주 가는 곳은 어디예요?

앞서 말한 리움미술관을 제외하면, 가장 자주 가는 곳은 백화점 식품관 같아요.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현대백화점 본점 식품관에 가서 일주일 치 식료품과 생필품을 장만하거든요. 결제도 항상 같은 직원분에게 해요. 그게 가장 마음이 편해요.

개인적인 공간인 집은 어떤 곳인지 궁금해지네요.

제가 선호하는 집은 프랑스 체류 시절이나 지금이나 동일해요. 면적과 상관없이 침실은 작고 드레스룸과 화장실은 커야 해요. 제가 규모가 큰 침실에서는 잠을 잘 자지 못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오롯이 침대만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수면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꾸며 놓아요. 화장실과 드레스룸을 연결한 구조를 선호해서 지금 거주하는 집에서도 샤워하고 옷 입는 과정을 한 번에 할 수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피 한 잔을 내리고 샤워를 하는 게 모닝 루틴인데요. 그래서 저희 집 화장실에는 커피 머신도 있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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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집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은 어떠세요?

집에는 머무는 사람의 철학이 녹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집과 오랜 세월을 보내며 함께 나이를 드는 건 삶에서 정말 중요한 일이죠. 매력이나 장점이 한눈에 보이기 보다는, 새로운 디테일이 천천히 드러나며 질리지 않는 곳이 정말 좋은 집이라고 믿어요. 어쩌면 모든 공간에 해당하는 말일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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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구입할 때 애용하는 브랜드가 정해져 있나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아요. 브랜드는 디자이너나 트렌드에 따라 충분히 변할 수 있으니까요. 물건과 관련해서 여러 경험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다양한 아이템을 두루 사용해 보려고 노력해요. 향수도 예전에는 한 가지만 사용했는데, 요즘은 이것저것 써보고 있죠.

작업할 때 반드시 함께하는 도구는 무엇인가요?

가죽으로 만든 르메르Lemaire의 시가 케이스요. 저는 필통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대학생 때 처음 구입했는데, 처음부터 필통으로 쓸 요량이었어요. 이걸 갖고 싶어서 오랫동안 돈을 모았던 기억이 나요. 정말 오래된 아이템인데 잃어버리지 않고 잘 사용 중이에요. 예전에 비행기에 두고 내렸을 때 정말 눈앞이 캄캄했는데요. 다시 찾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필통에 꼭 넣고 다니는 아이템은요?

독일제 ‘카웨코Kaweco’ 샤프요. 항상 필통 안에 넣어 놓죠. 무게감과 그립감이 저와 가장 잘 맞아서 오랫동안 이 제품만 쓰고 있어요. 샤프 뒤에 달린 지우개는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 게 저만의 원칙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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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에 놓인 오래된 안경도 눈에 띄어요.

아, 이건 고등학생 때 샀던 안경인데요. 재료가 백금이라서 꽤 값비쌌던 기억이 나요. 우연히 본 뒤로 그 모습이 잊히지 않아서 몇 년간 용돈을 모아서 결국 구입했어요. 한번 살 때 좋은 걸로 사라는 부모님 말씀을 실천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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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꽤 오랫동안 사용하는 편이네요.

뭐든지 한번 사면 잘 잊어버리지 않는 편이에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었어요. 오래 사용한 만큼 애정도 크고요.

자신에게 가장 힘을 주는 도구나 물건은 무엇인가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염을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안았는데요. 어머니가 옷에 붙어 있던 먼지를 테이프로 떼어 주셨어요. 그때의 먼지를 계속 간직하고 있어요. 아버지와의 마지막 스킨십이자 흔적인 것 같아서 버리지 못하겠더라고요. 새해가 될 때마다 다이어리를 바꾸는데, 그 맨 앞쪽에 늘 넣어 두죠. 그래서인지 다이어리를 펼칠 때마다 아버지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도구가 있을까요?

제가 책을 좋아해요. 종종 서점에 가면 반드시 베스트셀러 코너를 둘러봐요. 요즘 트렌드나 사람들이 관심 두는 것에 대해서 알 수 있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인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어린이 그림책이에요. 프랑스에서 구입했는데요. 인체의 여러 부위, 뼈와 근육 등을 멋진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표현해 놓았어요. 가끔 이렇게 디테일이 훌륭한 그림책을 보면서 많은 영감을 받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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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보니 책도 쓰시잖아요. 작년에 『공간 산책』을 출간하셨죠?

2018년 『공간의 기분』을 출간한 지 5년 만에 새로운 책을 낸 셈인데요. 저희가 진행한 프로젝트를 쭉 정리하려다 보니 가장 클래식한 아카이빙 방식이 출판이었어요. 그래서 종킴디자인스튜디오의 프로젝트가 두 권의 책에 담기게 됐죠. 스튜디오가 이제 8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창립 10주년을 맞이하면 공간 사진을 모은 포토 북을 제작할까, 생각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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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LP 플레이어가 놓여있네요. LP 감상을 좋아하세요?

자주 듣진 않고요. 특별히 LP를 듣고 싶은 날이 있어요. 날씨, 스케줄, 기분이 모두 LP의 분위기와 맞아떨어지는 날이죠. 가지고 있는 LP가 대부분 느리고 구슬픈 분위기라서 마음을 가라앉힐 때 주로 도움을 받아요. 한때 음악을 참 많이 들었는데요. 거의 매 순간 음악을 듣길래 2년 전부터는 뮤직 디톡스처럼 음악을 아예 듣지 않기 시작했어요. 참 괜찮은 시도라고 생각했고, 결과도 만족스러웠죠. 그렇게 오래도록 듣지 않다가 최근 들어 자연스럽게 다시 듣고 있어요. 한 번 호흡을 가다듬어서 그런지 이제는 그 정도를 잘 조절할 수 있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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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프로젝트에 썼던 소재와 아이템 등을 사옥 복도에 오브제처럼 전시한 모습이 흥미로웠어요.

틀에 박힌 기성 마감재를 사용할 때마다 아쉬움을 많이 느껴요. 그래서 최대한 새로운 아티스트나 회사와 협력해 소재를 새롭게 개발하고 테스트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도전을 즐기는 편이에요. 물론 이슈가 발생할 수도 있죠. 그래도 매번 새롭게 부딪히면서 성장하는 게 저희 같은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발전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결과적으로 성공했던, 혹은 개발에 실패했던 다양한 마감재를 복도에 전시해 놓고 볼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있어요. 가장 특별하게 다가오는 마감재는 첫 번째 프로젝트에 사용했던 타일이에요. 박준우 셰프의 레스토랑에 접목했던 아이템인데요. 도자기 공장을 돌아다니며 프랑스 몰딩 형태의 타일과 한국적인 청색 유약을 바른 도기 타일을 개발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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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입구에 걸린 페인팅은 대표님이 직접 그린 거라는 설명을 들었어요.

어릴 적부터 미술 학원에 다니면서 항상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잠시 업무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고 싶을 때 우연히 그림을 그리게 됐는데요. 일과는 다른 무언가에 집중하는 느낌이 좋더라고요. 인물화를 습작처럼 그리는 편이에요. 집에 머물 때 소파나 식탁에서 편하게 그리고, 색깔도 다양하고 과감하게 사용하면서 이것저것 재미있게 시도해 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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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놓인 가구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셨나요?

별다른 기준은 없고,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선택했어요. 스펙트럼Spectrum의 ‘페이퍼백 월 시스템Paperback Wallsystem’ 책장은 팀원들이 추천해 줬고요. 스텔라 웍스Stella Works의 ‘SW 데이베드’는 자주 오가는 패브릭 브랜드 쇼룸에서 우연히 주문한 아이템이에요. 제가 사용하는 공간의 디자인이나 물건에 대해서는 정작 그다지 치밀하게 선택하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사실 저희 집 인테리어도 제가 직접 하지 않고, 다른 스튜디오에 부탁했을 정도죠. 제가 사무실에서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책상 뒤에 놓인 화이트 수납장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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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보기에도 의미 있는 물건들 같아요.

해외에 갔을 때 구입한 기념품이나, 기억하고 싶은 물건을 수납장 안에 넣어 놔요. 맛있는 사탕이 들어있던 틴 케이스부터 가족사진, 프로젝트 때 만들었던 특별한 물건까지 범주가 다양하죠. 수납장이 넘치면 집에 가져다 놓고 다른 물건들로 바꿔 넣어요. 이 수납장이야말로 최근 제가 경험했거나 기억하고 싶은 것들, 현재의 취향에 들어맞는 것들의 조합인 셈이죠. 여기에서 가장 비싼 아이템은 다니엘 아샴Daniel Arsham의 오브제에요. 뉴욕에서 열린 경매를 통해 손에 넣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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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장 위에 몰스킨 다이어리가 정말 많이 모여있네요.

저는 해가 바뀌면 몰스킨 다이어리를 구입해요. 자세히 보면 다이어리 책등에 연도를 써놨죠. 노트를 펼치면 당시 했던 디자인과 관심사를 알 수 있고, 인상 깊게 봤던 전시나 영화 티켓 등도 다 붙여 놔서 일상을 짐작할 수 있어요. 가끔 옛 다이어리를 둘러보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기도 하죠. 예전에 제 꿈이 ‘몰스킨을 마음껏 쓰는 사람’이었어요. 학생 때 돈을 모아서 몰스킨 노트를 사면 한 장 한 장이 아쉬워서 아껴 썼으니까요. 지금 이렇게 몰스킨 노트를 많이 모았으니 그 꿈을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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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스킨 다이어리를 특히 선호하는 이유가 있나요?

몰스킨 다이어리를 열면 표지 안쪽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어요. “이 노트를 주우면 내게 연락해 줘. 내가 $OOO만큼 보상할게.” 사용자 본인이 빈칸을 채워서 어울리는 금액을 스스로 정하는 거죠. 그 문구를 보면 이 다이어리 속 글과 그림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는 느낌이라서 기분이 좋아요. 누구에게는 평범한 다이어리일지 몰라도, 제게는 1년 치 아카이브 그 이상의 존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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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스킨에 대한 꿈은 이뤘고…최근 들어 특별히 구입하고 싶은 물건이 궁금하네요.

이제는 사고 싶은 게 많이 없는 것 같아요. 가난한 유학생 시절에는 사고 싶은 게 참 많았죠. 르메르 시가 케이스처럼 오랫동안 용돈을 모아 구매를 계획한 물건도 있었고요. 요즘은 그런 흥미가 사라진 느낌이에요. 오래전에 구입한 물건들을 여전히 잘 사용하는 덕분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가끔은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용돈을 조금씩 모으던 그때가 그립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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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스테이H의 도움으로 인터뷰에 참여한 분에게 깜짝선물을 드리고 있어요. 작업실에 어울리는 아이템을 직접 고를 수 있었는데요. 대표님의 픽은 무엇인가요?

가구 디자이너 한스 베그너Hans J. Wegner의 ‘CH88T’ 의자입니다.

어떤 면이 마음에 드셨나요?

한스 베그너는 평소에도 제가 좋아하는 디자이너예요. 그가 1955년 처음 선보인 CH88T 의자가 한스 베그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다시 발매됐죠. 등받이 끝부분이 자연스럽게 구부러져 있어서 편안하게 앉을 수 있어요. 좌판과 등받이를 다양하게 고를 수 있는 것도 특징인데, 저는 블랙 스틸 프레임, 레드브라운 컬러 도장, 비치 우드를 조합한 제품을 선택했습니다. 와인과 브릭의 중간인 듯한 컬러가 마음에 들어서 어렵지 않게 고를 수 있었네요. 착석감도 좋아서 더욱 마음에 들어요. 이 아이템도 제 다른 소장품처럼 아주 오랫동안 사용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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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베그너 Hans J. Wegner의 CH88T

Artist

김종완(@jongkim_)은 공간 전략 스튜디오인 종킴디자인스튜디오의 수장이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디자인 스쿨 에콜 카몽도École Camondo에서 공간 및 제품 디자인을 전공하고, 공간 디자인 회사 ‘주앙 만쿠Jouin Manku’에 대학원생 인턴으로 입사해 5년 후 VIP 클라이언트 전담 디렉터로 퇴사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를 거쳐 2016년 자신의 이름을 딴 종킴디자인스튜디오를 설립했다. ‘공간 전략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독창적인 공간 아이덴티티 정립과 브랜드의 상업적 성공에 핵심을 둔 디자인을 추구한다. 현재 서울디자인재단의 디자인 운영위원, 서울특별시 디자인산업진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디자인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Editor

정윤주(@chungyunjoo)는 대학에서 실내 디자인을 전공하고 «메종 코리아» 인테리어 에디터와 «보그 걸» 피처 디렉터로 일했다. 영화 속 인테리어와 데커레이션에 주목한 책 『영화 속의 방』의 저자이며, 온라인 매거진 «디퍼differ»의 디렉터 겸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프리랜스 에디터 겸 EYES and EARS 디렉터로 다양한 매체에 인터뷰와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글을 기고한다. «엘르 데코 코리아»의 컨트리뷰팅 에디터이기도 하다.

Photographer

이우정(@iopppic)은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수년간의 어시스턴트 생활을 거쳤다. 현재 «보그 코리아», «엘르 코리아», «GQ 코리아», «하퍼스 바자 코리아» 등 다양한 매체와 협업하며 앨범, 광고 등 커머셜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Creator’s Room: MHTL 맛깔손·박럭키의 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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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s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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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s Room

창작자의 작업실을 방문해 공간, 일상과 창작을 위한 도구 그리고 소중한 오브제를 글과 이미지로 소개하는 독창적인 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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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럭키, 맛깔손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그래픽 디자이너 맛깔손, 박럭키입니다. 현재 네 명의 팀원과 함께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MHTL을 운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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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고정민, 김신아, 유혜린, 맛깔손, 박럭키, 박산하

MHTL의 시작이 궁금해요. 두 분이 함께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맛깔손: 저희가 처음 만난 건 2018년 초였어요. 제가 2017년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하던 차였는데요. ‘두 사람이 스타일이 잘 맞을 것 같다’면서 우연히 럭키를 소개받았어요. 당시 럭키는 졸업을 앞둔 학부 4학년이었고, 제가 혼자 끌어가던 작업을 럭키와 나누어서 함께하기 시작했죠.

실제로도 서로 잘 맞았나요?

맛깔손: ‘그래, 바로 이 사람이야!’ 정도의 운명적인 느낌은 아니었지만, (웃음) 첫인상과 성격이 마음에 들었어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잘 통하는 부분이 있었죠.

박럭키: 저희는 지금까지 큰 소리 내면서 다퉈본 적이 없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의견이 다른 경우가 별로 없었고요. 싫어하거나,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관점이 둘 다 비슷해서 신기할 정도예요.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고 인정하려고 노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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